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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2030여성 위협하는 '조기 폐경'

매년 3,000명 안팎의 여성

40세 이전에 폐경 진단 받아

임신율 5~10%로 확 낮아져

심혈관질환·골다공증 유발도

생리중단 4개월 지속땐 의심

예방 차원 호르몬 요법 필수





올해 초 결혼한 하영은 씨(가명·29세)는 6개월째 생리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가 폐경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최근 몇달 동안 피로감이 심하고 잠을 푹 자지 못했지만, 평소에도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터라 병원 방문을 미룬 것도 후회가 됐다. 초음파검사와 호르몬검사를 통해 '조기 폐경' 진단을 받은 하 씨는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괴로워하고 있다.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난소의 노화와 함께 기능이 저하되면서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란과 에스트로겐 생산이 더이상 이뤄지지 않고 월경이 중단되는 현상이 폐경이다. 40대 중후반부터 이러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완전히 없어지기까지 평균 7년 정도의 기간을 갱년기라고 부른다.

드물게 20~30대에 폐경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조기 폐경은 40세 이전에 고생식샘자극호르몬성 저생식샘증과 무월경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생리주기가 35~40일 이상으로 길어지는 희발월경 또는 무월경이 4개월 이상 지속되고 초음파검사에서 난소 위축 등의 소견을 보이며, 4주 간격으로 2번 측정한 혈중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가 30~40IU/L 이상일 때 진단된다. 근무력증·류마티스관절염·루푸스·갑상선 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염색체 이상·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 등의 영향으로 난소가 손상됐을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원인 불명이다. 내분비교란물질 노출 증가 등의 환경 변화와 스트레스도 현대 여성들의 폐경 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계에서는 조기 폐경의 발병률을 1% 정도로 추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에 폐경으로 진단받은 여성은 424명, 30대는 2,365명이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6년 3,687명, 2017년 3,515명, 2018년 3,180명, 2019년 3,232명, 2020년 2,789명이 20~30대에 폐경으로 진단 받았다. 매년 3,000명 내외의 여성이 40세 이전에 폐경 진단 후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김탁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무월경 증상으로 내원한 젊은 여성 중 폐경 진단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조기 폐경은 당사자들에게 생각보다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조기 폐경으로 진단된 환자의 자발적 임신율은 5%~10% 수준이다. 드물게 호르몬 치료를 받다 월경이 다시 시작되기도 하지만, 난소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 출산 전 여성이라면 갑작스럽게 가임력을 상실한 데 따른 충격 때문에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전문가 상담과 주위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폐경으로 인한 합병증도 심각하다. 조기에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저하된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성관계 의욕이 상실되고, 질 등 생식기 건조로 인해 성관계 시 불편감이 커지면서 삶의 질도 저하된다. 합병증 관리 및 예방 차원에서 에스트로겐 보충을 위한 호르몬요법이 필수다. 대개는 정상적으로 난소호르몬 분비가 종료되는 나이까지 호르몬치료를 지속하게 된다.

김 교수는 "조기 폐경은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여성호르몬이 관여하는 모든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진단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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