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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정치 논리로 부동산 정책 접근…거주 이전 자유 외려 막아” [청론직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인상 속도·금액, 감당 불가능 수준

‘세금폭탄’은 갈라치기, 집 팔아 세금 내게 하는 나라 없어

주거 목적 부동산세 낮추고 양도세 등 거래세도 인하해야

‘미실현이익 아닌 차익 현금화 때만 과세’ 美정책 참고를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13일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차기 정부는 과세 체계를 공시 가격 기준에서 실현 이익 기준으로 서둘러 개편해 국민들이 과도한 세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집값과 전월셋값이 모두 폭등했다. 임기 내내 밀어붙인 규제와 세금 폭탄 위주의 정책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증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 든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땜질 처방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가 돼버렸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한 게 문제”라며 “감당하기 불가능한 세금 폭탄을 국민들에게 안겨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주거 목적 부동산 거래에 대해 가능한 한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과세 체계를 공시 가격 기준에서 실현 이익 기준으로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난맥상이 심각하다.

△정치적 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접근이 아니라면 부동산 세금 정책이 정상적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세금 인상 속도나 증가하는 세액을 시장에서 수용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인 11억 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집 가격의 40~50%가량을 대출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미래 소득도 감안하면서 갚을 수 있는 정도의 범위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금액의 세금이 변수로 튀어나오니 감당할 수 있겠는가. 세금을 신용카드 할부로 내고 자식들이 다니는 학원을 두세 개 줄여야 할 판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이 정상적인 세제 원칙에 따라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100만여 명이 종부세를 내야 된다. 정치적 세금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100만 명 가운데 50% 정도는 여당을 지지하고 나머지 50%가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종부세 대상자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여당 지지 성향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여당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다. 죄 없는 국민을 죄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취지다. 세제를 만들 때도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되는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보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현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얼마나 고민 없이 설계했는지 알 수 있다.

-과도한 부동산세에 대해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에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심지어 억 원대나 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가운데 소득이 없는 노년층 미망인들도 있는데 이들은 대안이 없다. 세금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할 형편이다. 주택 관련 세금은 기본적으로 주거를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부과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주거 보장을 흔들 정도의 세금을 때리니 과연 주택 관련 세제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년 저축한 돈을 어느 날 갑자기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소비는 또 어떻게 되는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여권 일부에서는 집을 팔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집을 팔아 세금을 내게 하는 나라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주거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의 정치적 의사 결정 때문에 국민들이 거주지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도 말이 안 된다. 개인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사안이다.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주거를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사는 집을 팔게 되면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이사하려고 해도 원하는 집을 살 수 없다. 어렵게 집을 마련하더라도 또 막대한 취득세·등록세를 내야 한다. 헌법상 주거의 자유(16조)와 거주·이전의 자유(14조)를 보장해야 할 정부가 외려 이를 막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과도한 부동산세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주택을 10년·20년 전에 샀던 국민들이나 5년 전에 매입한 국민들 모두 현재와 같은 막대한 세금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택 구입은 평생에 한두 번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 매매를 위해 세금 문제 등을 오랜 기간 숙고하고 준비한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 결정 사안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면 당사자들은 방법이 없다. 특히 지금의 종부세는 세액과 세율 인상 속도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다수 우리나라 가정의 자산 가운데 90% 이상이 보유 주택이다. 가령 20억 원 상당의 주택을 가진 가정에서도 현금 및 예금 보유가 1억 원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 1주택자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하면 1,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금 보유 비율이 턱없이 낮은 한국의 상황에서 이런 세금을 몇 사람이나 감당할 수 있겠는가.



-1주택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택스 온 캐시 정책(Tax on Cash Policy)’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 매각 차익을 현금화했을 경우에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거 목적으로 10억 원에 산 집을 15억 원에 판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다시 10억 원 이하 집을 샀다면 양도 차익 5억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매도 가격에 돈을 보태 20억 원짜리 집을 구입하면 차익 5억 원에 대한 세금이 면제된다. 다른 집을 사는데 양도 차익을 모두 사용해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취득·등록세도 20억 원에 대해 내는 게 아니라 최초로 취득한 집값(10억 원)과 새로 산 주택 가격(20억 원)의 차액 10억 원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실제로 얻은 차익에 한해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꽉 막혀 있는 것 같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개인들이 자산을 축적하거나, 주거를 자유롭게 옮겨가거나,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비용 모두를 너무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용이 올라가면 당연히 누군가에게 전가된다. 전세·월세 등으로 주택 시장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대부분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서민들이 떠안게 된다.



-부동산 정책이 추구해야 할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

△첫째, 개인이 원하는 주거를 가능한 한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장기 저리 대출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시장·환경적 요인이 변해도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다. 셋째, 거주 이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 미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부동산 정책 변화는 월세·전세·자가 등 주거 형태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사람에게 원하지 않는 비(非)자발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차기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세액과 세율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했다. 유럽을 지배하던 프랑스와 스페인도 현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세금을 인상한 것이 패권을 잃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정부 여당은 시가 25억 원인 아파트의 종부세보다 중형 자동차 세금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한다.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의 문제 같지만 부동산 시장은 가격과 거주 형태를 불문하고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차기 정부는 특정 주택 또는 지역에 대한 과도한 과세가 결국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이 주거는 우리가 매일 먹는 쌀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순수한 주거 목적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최대한 낮은 세율을 유지해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현재 주택을 매도하고 그보다 높은 가격의 집을 매수할 때는 양도세를 전면 면제할 필요가 있다. 주택을 판 금액을 바로 현금화하거나 낮은 가격의 집으로 옮기는 경우에만 양도 차익에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 국민들에게 주택을 통한 자산 가치 창출의 기회를 주고 주거 이동의 자유를 확보해주는 민주 사회가 될 수 있다.

과세 제도를 서둘러 개편해 현찰이 없는 사람들이 과도한 세금을 내는 일을 막아야 한다. 양도세와 취득·등록세도 낮춰 국민들의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고 집을 살 때 취득·등록세를 내야 하므로 거주 이전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들이 갖춰지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선순환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He is…

1966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밀양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경영학회 상임이사와 한국전략경영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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