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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혐오, 우리 기득권 탓"…민주노총위원장의 자성

“귀족 노조 변명에만 급급…현실인식 필요”

첫 비정규직 위원장, 조직정체성 고민 해석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에 비해 많은 기득권을 가진 게 사실이고 이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에 대한 일명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대정부 강경 투쟁 노선과 코로나19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 위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노조 자체에 대한 혐오와 민주노총 혐오는 다르지 않다”며 “한국 사회 노조는 10%인데 노조가 없는 노동자에 비해 많은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심각하고 기득권 노조로 평가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양 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온 노조 내 양극화에 대한 비판과 일치한다. 우리나라 전체 노조 조직률은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50%를 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2%에 그치고 있다. 민주노총도 정규직이 40%, 비정규직이 35~36%다. 정작 보호 받아야 할 노동자가 보호 받지 못하고 거대 노조가 기득권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이유다.

양 위원장은 “소득으로 보면 전체 10~20%에 드는 노동자가 (노조 운동의) 주축”이라며 “민주노총과 함께하지 못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그가 민주노총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양 위원장은 노동계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강하게 촉구하는 배경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 닿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5인 미만 근기법 적용은 우리 조합원이 아니라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노총은 귀족노조 프레임에서 변명하기 급급했지만 많은 권한과 소득이 있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해 활동하고 (귀족노조) 비판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선출된 양 위원장은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 하청 분회장을 지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며 직전 김명환 위원장의 ‘사회적 대화’ 대신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올해 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달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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