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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콜리션' 된 勞공약…"원칙도 철학도 전문성도 없다"

[2022 대선 공약 점검]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⑥노동공약

李-친기업·尹-친노동…당론 어기며 票 좇아 갈지자

정규직·청년 일자리 창출 등은 당위적 수준 그쳐

정책 토론 통해 국민들 이해도 높여 혼란 없애야

‘노동자의 요구’ 책자 전달받는 윤석열 (서울=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기 전 김동명 위원장으로부터 노동자의 요구를 담은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권욱 기자




국내 주요 재계 단체들이 정치권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바빠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면서 법안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친기업’을 외치고 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국회를 찾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동시에 면담했다. 양당 후보 모두 여론에 따라 친노동·친기업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글로벌 노동시장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표심(票心)’에 따라 움직이는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와 한국선거학회 공동으로 노동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윤 후보의 ‘노동 공약’은 일관성이나 전문성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선거학회장인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포퓰리즘도 일관성이 있어야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며 “‘레인보우 콜리션(rainbow coalition·무지개 연합)’ 즉 지지가 될 만한 모든 사회집단에 호소하거나 승리를 위해 모든 공약을 다 동원하는 것은 원칙 없는 공약 제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윤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15일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난 윤 후보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공무원·교원 노동권에 따라 타임오프제를 지원할 때가 됐다”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서도 윤 후보뿐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가지에 대해 ‘찬성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고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앞서 경쟁 상대인 이 후보가 해당 안건에 대한 연내 국회통과를 약속하면서 노동계 표심을 뺏길 것을 우려한 행보로 보이지만 당론과 정반대되는 후보의 발언에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등 유권자들도 혼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로 친기업 성향인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평소 반대 의견을 개진해왔다. 앞서 윤 후보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 적용 등을 적용 등을 주장해온 것과도 결이 다르다.



지 교수는 “평소 신자유주의 공약으로 ‘우클릭’을 해온 윤 후보가 타임오프제를 찬성했을 때에는 시장주의와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어떤 지점에서 공약이 제안된 것인지 설명이 이뤄져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기업형 메이커 스페이스 ‘N15’를 방문해 류선종 N15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권욱 기자


이 후보 역시 기존 당의 기조와는 다른 ‘친기업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1월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서도 ‘노동 유연성 확보’ 및 ‘규제 개혁’을 약속하며 “기업은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과 사내 하청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돼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친노동’을 강조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달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노동이 존중되지 않으면 시장이 사라지고 국민의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반기업’이 아니다”라며 ‘친기업’과 ‘친노동’을 동시에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흐름에서 후보들의 공약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기업은 노동이사제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제도 도입으로,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 고민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이달 28일 청년 취업생들을 만나 “공공 부문 우선으로 공급을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로 만들어나가겠다”며 “바뀐 산업구조를 기반으로 근로자 대표 제도나 교섭 단위 분리 요건을 완화해 다양한 교섭 창구를 만드는 등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배달 라이더 산재보험 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 교수는 “최근 공약들을 보면 비정규직 계약,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위로 수준의 당위적 공약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며 “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 토론 등에 후보들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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