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체육장에서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도중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 공연에서 연분홍 한복 차림의 댕기 머리 여성이 등장하면서 한복을 중국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문화공정'이라는 비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이를 두고 촉발된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의 '한복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쇼트트랙 편파 판정까지 겹치면서 전선이 확대 되고 있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와 게임업계에 등에 따르면 미국의 비디오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이달 초 시뮬레이션 게임 '심스'(The Sim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해피 루나 뉴 이어(Happy Lunar New Year)' 문구와 함께 한복을 입고 있는 남녀 캐릭터 이미지를 올렸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을 입은 캐릭터들만 음력설 게시물에 등장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매 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한복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동아시아에 음력 설을 축하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고대 중국 문화 영향을 받았으며, 춘제(春節·중국의 설), 음력설은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이름을 아이디로 쓰는 다른 네티즌은 "심즈4 정식 게임을 산 게 가장 후회된다"며 "해적판을 사용해야 했다"고 했고, 이 글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다른 부류의 네티즌은 "당신네 중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느냐"며 "다음엔 달도 중국 소유냐. 너무 깊이 세뇌돼 보기 민망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다른 네티즌 역시 "음력설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음력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이를 기념한다"면서 "음력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다. 왜 이것이 중국에 속한다고 생각하나. 나치와 다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는 우리나라 한복(韓服)풍 의상을 중국 전통 복장 '한푸'(漢服)라고 소개했다가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그는 이달초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의 사진과 함께 한푸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이는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이라며 "전 세계 보그 팬들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뒤 바르고 공정하며 정확한 정보를 공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은 "한푸에 관심을 가진 보그에 감사한다"며 해당 게시물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 4일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56개 중국 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역사, 문화 왜곡 시도를 뜻하는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공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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