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단일화를 하면 사실상 대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과정은 지난하겠지만 단일화는 대권을 거머쥘 확실한 성공 방정식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는 확연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누가 야권 후보로 나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화 여부가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윤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단일화가 필요하다’보다 소폭 우세했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가상 3자 대결에서 윤 후보 46.2%, 이 후보 33.7%, 심상정 정의당 후보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4~5일 실시한 칸타코리아의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가상 3자 대결에서 이 후보와 12.1%포인트의 격차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단일화된 윤 후보는 40대와 50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연령층에서 우세했다. 지역별로도 윤 후보는 광주·전라 외 모든 지역에서 이 후보를 압도했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3자 대결에서도 2위인 이 후보와 두 자릿수 격차를 보였다. 안 후보는 44.4%였고 이 후보가 28.9%, 심 후보는 4.1%였다. 다만 앞선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안 후보와 이 후보의 격차가 19.9%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그동안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보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일 때 이 후보와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결과가 많았다. 중도층을 지지 기반을 삼아온 안 후보가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과 결합하면 시너지가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4자 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윤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35.7%로 조사됐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경우 기존 윤 후보 지지자의 다수(63.5%)가 안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3자 대결이 펼쳐질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49.5%가 윤 후보 지지로 옮겨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 조사 대비 윤 후보에 대한 안 후보 지지자의 호감도가 대폭 올라간 것이다. 안 후보 지지자 중 이 후보로 이동하는 비율은 28.9%에 그쳤다. 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윤 후보 지지자 65.7%는 계속 지지 의향을 드러냈다.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찬반 의견은 비슷했다.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대답은 44.8%,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1.5%를 각각 기록했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자들의 60.7%는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정권 재창출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67.5%는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최근 윤 후보가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야권 지지층에서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중도층에 강점을 보이는 안 후보와 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엇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윤 후보가 43%를 기록, 37.1%에 머문 안 후보보다 우위를 보였다. 그동안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야권 단일 주자 선호도에서 엇비슷한 지지율을 얻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야권 표심이 윤 후보에게 기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단일화 무용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단일화 이슈 자체는 대선 레이스가 종착으로 갈수록 최대 변수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88.2%), 유선(11.8%)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이며 응답률은 10.3%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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