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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뮌헨 협정과 북한 미사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히틀러 침공 막으려던 英 체임벌린

2차대전 늦췄지만 더 큰 전쟁 초래

김정은 도발에 文 평화구상 유명무실

차기 정부 '비상한 대책'으로 맞서야





푸틴·시진핑·김정은의 공통점은 패권주의자(hegemonist)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팽창을 지향한다. 지역의 패권은 물론이고 파워를 앞세워 아예 판을 바꾸고자 한다. 20세기 패권주의의 대표적 모델은 설 연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도 방영된 ‘뮌헨:전쟁의 문턱에서(Munich:The edge of war)’에 등장한 아돌프 히틀러였다.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할 위기에서 영국 41대 총리인 네빌 체임벌린은 전쟁을 막기 위해 히틀러에게 협상을 제의했다. 히틀러는 전쟁을 수단으로 한 영토 확장 계획을 포기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체임벌린의 회담 요청을 거부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단짝인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지난 1938년 9월 30일 뮌헨에서 영국, 프랑스, 나치 독일, 이탈리아가 협정을 체결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의 인구가 많은 수데테란트가 독일에 양도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 협정을 통해 2차 대전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1년 늦췄다. 하지만 1년 뒤 폴란드 침공으로 이어졌고 2차 대전 이후 20년 동안 지속돼왔던 베르사유 조약과 민족자결주의 체제가 붕괴됐다. 동서유럽 국가들 간의 야합이라는 관점에서 ‘서구의 배신’으로 불린다.

영화에 몰입한 관전 포인트는 범게르만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했다고 주장하는 히틀러의 야심과 전쟁만은 안 된다는 체임벌린의 초조함이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게르만 민족 부흥이라는 히틀러의 결기가 인생을 달관한 듯한 체임벌린에게는 없었다. 1차 대전의 참혹함을 경험한 체임벌린은 협상을 통한 평화주의자였다. 하지만 20세기 현실 국제정치는 이상주의보다는 힘에 의한 현실주의 이론에 부합했다. 21세기 들어 국제정치는 국가 간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스트롱맨들의 시대가 시작됐다. 잠시 국제사회가 유엔을 통해 세력 균형에 의한 공존을 모색했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등 곳곳에서 화약 연기의 전운이 감돈다.



한반도 북쪽에서도 스트롱맨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북한은 1월 한 달 동안 7번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지난해(총 8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양의 군사 모험주의는 대내외의 원인이 있다. 외부 요인은 미국의 허점 노출이다.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간 철군과 동시에 탈레반 반군의 수도 카불 진입은 미국의 전선을 요동치게 했다. 스트롱맨들은 국제정치의 판이 흔들리면서 ‘현상 유지(the status quo)’ 타파를 모색할 계기를 마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빅게임에 나섰다.

김정은은 중·러가 손을 맞잡고 유엔에서 자신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임인년에 대북 제재를 무력화할 호기를 포착하려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드라인 기준은 이미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북중 국경 자강도에 완성된 ICBM 비밀 기지는 지구 재진입 기술의 완성으로 발사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체임벌린의 평화 접근법을 벤치마킹했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입지를 상실했다.

워싱턴과 큰 싸움을 하려는 김정은에게 서울의 중재자 역할은 안중에도 없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3월 9일 자정 승리의 축배를 드는 순간은 한반도 안보의 엄중한 현실이 본격화되는 시점일 것이다.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결기를 보여줬던 후임 총리 윈스턴 처칠과 유약한 협상으로 평화를 모색했으나 실패한 체임벌린의 길에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게임 체인저 방식으로 벼랑 끝 압박에 나서는 만큼 당선자 역시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참고로 체임벌린은 1940년 독일이 전면 공격에 들어서면서 사임한 후 6개월 만에 암으로 사망했다. 히틀러의 압박에 의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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