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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혁신의 '초양극화 '

변준영 EY-파르테논 APAC 전략 컨설팅 리더 겸 EY한영 산업연구원장

변준영 EY-파르테논 APAC 전략 컨설팅 리더 겸 EY한영 산업연구원장




자본 규모와 시장 점유율이 큰 기업은 기득권을 가진 대신에 민첩하게 변화하거나 능동적인 혁신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기업간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초양극화(The Great Divide)’ 구도에서는 이런 논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요동치는 시장 불확실성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재수립이나 신사업 진출보다도 일단 내실부터 다지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되레 신기술, 신사업 분야에 배수진 없이 뛰어든 것은 자본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 간에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 바로 오늘날 기업 생태의 특징이다.

EY가 포브스 글로벌 2000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위그룹인 혁신기업들의 향후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7%인 데에 반해서, 하위그룹인 생존기업들은 2%로 15%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이는 과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6%포인트 격차에 비하면 2배가 훌쩍 넘는 수준으로 ‘양극화’ 현상을 넘어서서 ‘초양극화’ 트렌드가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격차는 나날이 더욱 커질 것이 명백하다. EY가 지난 1월에 국내 기업 CEO 및 임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본 규모 5조 원 이상의 기업들은 75%가 신기술 투자, 신사업 영역 개척 등 능동적 경영 혁신을 최우선으로 보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비해 자본 5조 원 미만의 기업들은 기존 사업 강화나 운영 효율화 등 재무적 부담이 덜하고 단기적인 방식을 우선시하겠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특히 자본 5000억 원 미만의 기업들은 올해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부정적 전망을 내놓아서 불확실성 속에서 혁신과 미래 투자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과감하게 신사업 영역을 개척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 기업의 예로는 작년 3월 미국 증시에 상장(IPO)하면서 메타버스 대표기업으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로블록스가 있다. 원래 게임 플랫폼을 운영하던 로블록스는 6년 전부터 미래 성장 사업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가 지난 3년간 약 29배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은 미국의 다른 게임사들과 비교해도 로블록스가 압도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인 비결은 바로 신수종 사업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통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작은 기업들 역시 이런 선제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나름의 방식과 규모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초양극화의 격동 속에서 낙오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변곡점에 서있다. 기존의 영역을 뛰어넘고 벗어나는 이른바 파괴적인 혁신은 이 시대의 기업들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 현재 또는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미래를 향해 변화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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