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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에너지의 정의로운 전환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전 세계적인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러한 탄소 중립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정의로운 전환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산업의 구조 변화가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당초 오는 2034년까지 60기 중 30기가 폐지되고 이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30년 40% 감축(2018년 대비)으로 상향되면서 더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더 빨리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겪고 있고 중소 기자재 업체와 지역 기업도 판로가 줄면서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고용 공백과 중소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대책은 주로 직무 훈련 등 미시적인 대책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탄소 중립 정책으로 화력발전 관련 종사자가 줄어드는 대신 앞으로 신재생·신사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이러한 일자리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조선업 불황으로 적자를 겪던 중견기업이 해상풍력 분야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를 접했다. 20년간 두꺼운 강판을 구부려 파이프로 만들어온 삼강엠앤티가 그 주인공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사업을 확대한 게 반전의 계기가 됐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땅속에 심는 초대형 파이프다. 최근 1년 사이 수주 실적이 두 배 넘게 급증했고 직원 수도 2000명에서 3000명으로 1000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한국동서발전은 29억 건에 달하는 신재생 빅데이터와 자체 발굴한 예측 알고리즘을 협력 중소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에 제공해 신재생 발전량 예측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이는 변동성이 큰 신재생 자원의 발전량을 예측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탄소 중립의 핵심 기술로, 현재 인코어드는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기존 협력사와 중소기업들이 에너지 전환과 연결된 ‘업(業)의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지역이 협력해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발전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자원을 이어주고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구심점이 돼줘야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육성되고 이들 기술이 전 세계로 뻗어갈 때 일자리는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정의롭게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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