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66·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딸 주민등록등본 등 해명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55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자료에 따르면 조 대법관의 가족 중 녹취록에서 제기됐던 것처럼 수원에 살았던 기록이 있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자료 공개로 인해 정치권의 ‘그분’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법원행정처는 이날 조 대법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거주관계 자료 등 출입기자단이 요청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주민등록표초본 △부동산등기부등본 △아파트 임대차 계약서 등이다. 다만 외부인이 조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대법원을 방문한 것에 대한 기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재판에 관한 내부 회의 자료 등은 법원조직법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조 대법관의 주민등록표초본에서 조 대법관은 충북 제천군에서 태어나 서울 서대문구와 성북구, 강서구, 구로구, 과천시, 시흥군, 강릉시, 안양시, 송파구를 거쳐 현재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거가족은 배우자와 셋째 딸이다.
첫째딸은 조 대법관과 함께 거주하다가 지난 2020년 경기 용인 수지구에 있는 시댁으로 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딸은 서울 용산구에 거주중이며 서류상 경기 수원에 살았던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법관은 이들의 아파트 관리비 납부확인서와 임대차 계약서도 함께 제공했다.
조 대법관이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할 때 그의 가족들이 수원에 거주했다는 녹취록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 언론은 ‘조 대법관의 딸이 김만배씨 소유의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또 다른 대장동 의혹 핵심 관련자이자 녹취 당사자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 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고도 말한다.
조 대법관은 지난 23일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단 한 번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민등록등본 등 이를 증빙할 만한 자료 제출이 필요할 경우 대법원이나 검찰·언론 어느 기관이든 요청하면 즉시 하겠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검찰도 일정 부분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조 대법관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결론이 난 시기에 대법관 가운데 영향력이 큰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으니 대장동 의혹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게 의혹의 근거다. 다만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의혹을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조 대법관과 관련된 김 씨의 이야기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의 이번 자료 공개로 정치권의 ‘그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전까지 ‘그분’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던 이 후보는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보도되고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5일 조 대법관의 기자회견을 인용하며 “그동안 한 얘기가 사실과 다른 게 아니냐”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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