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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쪽빛 바다, 살랑이는 바람…'꼼딱헌 소섬'서 만나, 봄

[아름다운 섬, 제주 우도]

여의도 면적 3배에 해안선 길이는 17㎞

본섬 성산항서 뱃길로 15분이면 도착

'우도 해녀 항일운동기념비'가 여행객 맞이

국내 유일 홍조단괴해빈 등 볼거리 가득

불 밝힌채 야간 조업중인 어선무리도 장관

비양도 해양광장에서 드론으로 내려다본 우도 바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알록달록한 지붕, 푸른 청보리밭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꼼딱헌 소섬.’ 제주 방언으로 ‘아름다운 섬, 우도’를 일컫는 말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현무암으로 쌓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돌담, 제주의 상징인 해녀, 거센 바닷바람까지 제주 특색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도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의 범주에 우도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도를 ‘제주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봄 내음으로 가득한 3월, 우도를 찾았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 우도(牛島)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소가 누워 머리를 들고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크기지만 제주에 딸린 부속 섬 가운데서는 가장 크다. 그래 봐야 전체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650㏊, 해안선 길이는 17㎞다. 여행객들에게는 작은 게 오히려 이점이 되기도 한다. 매번 하루·이틀 여행으로 부족함을 느꼈던 제주의 풍경을 단숨에 완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사라진 제주의 날것 그대로의 풍경을 여과 없이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우도 해녀상. 우도는 전체 인구 1700여 명 중 330여 명이 해녀다.


우도에 가려면 먼저 제주도 성산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시간은 15분 남짓. 제주 본섬의 마지막 오름인 지미봉(해발 162m)에서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도착지는 우도의 서남쪽에 자리한 천진항. 제일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건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다. 구좌·성산과 함께 해녀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우도는 일제의 수탈에 맞서 대규모 항일 해녀 운동을 벌였을 정도로 해녀가 많던 곳이다. 한때 전체 주민의 절반가량이 해녀였고 지금도 330여 명의 해녀가 바다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천연기념물 홍조단괴해빈은 모래가 아닌 아열대성 해조류인 홍조단괴의 부스러기로 이뤄져 있다. 이곳은 우도팔경 중 서빈백사로 꼽힌다.


홍조단괴.


홍조단괴해빈 뒤로 펼쳐진 제주의 오름. 건너편은 성산포 인근이다.


우도 여행은 소의 몸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출발은 소머리에 해당하는 천진항. 천진항에서 시계 방향으로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 가장 먼저 ‘팝콘해수욕장’이라고 불리는 국내 유일의 홍조단괴해빈이 펼쳐진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백사장은 모래가 아닌 아열대성 해조류인 홍조단괴의 부스러기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산호 조각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에게 산호해수욕장, ‘산호사물코’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현무암, 흰색의 홍조단괴해빈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도팔경에서는 이곳을 서쪽의 흰 모래톱이라는 뜻의 ‘서빈백사(西濱白沙)’로 칭송한다.

하고수동해수욕장 해녀상 주변으로 여행객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다시 해안 도로를 따라 섬을 반 바퀴쯤 돌아 만나는 곳은 하고수동해수욕장. 홍조단괴해빈이 우도의 서쪽을 대표하는 풍경이라면 하고수동해수욕장은 동쪽을 대표한다. 수심이 얕은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은 우도에서 유일하게 해녀보다 피서객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해수욕장 주변으로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 있고 바닷가에는 탈의실도 마련돼 있다. 다만 호젓한 섬마을 해변과는 거리가 멀다. 해변 한가운데 해녀상은 세계 최대 규모로 해녀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세워졌다고 한다. 여행객들에게는 인증 사진 명소다.

우도 해안 도로를 한 여행객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곳이 비양도다.


‘백패커 3대 성지’ 비양도는 일 년 내내 야영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은 또 다른 섬 비양도와 연결된다. 제주도 서쪽에 있는 한림읍 비양도와 이름이 같아 제주 사람들은 각각 동비양·서비양으로 구분하고 있다. 서비양이 일몰 명소라면 우도에 딸린 섬 동비양은 일출 명소다. 섬이라고 해 봐야 횟집 1곳과 펜션 1동이 전부로 사실상 무인도나 마찬가지다. 그 뒤로 조선 때 축조된 봉수대가 있고 어민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해신당과 무인 등대가 작은 섬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섬을 지키는 건 일출을 보기 위해 찾은 야영객들이다. 국내 3대 ‘백패커 성지’로 일 년 내내 야영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니 우도와 왔다면 한 번쯤 들러 볼 만하다.

비양도 등대로 이어진 길은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난다.




비양도 인근은 우도팔경 중 하나인 ‘야항어범(夜航漁帆)’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야항어범은 야밤에 조업 중인 어선들이 무리 지어 우도 밤바다를 불빛으로 밝힌 풍경을 일컫는다. 멸치나 한치철인 여름이 절정이지만 지금 찾아가도 갈치잡이 어선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조업하는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칠흙같이 어두운 날 우도 앞바다를 수놓은 불빛이 장관이다.

검멀레해수욕장 인근에서 바라본 우두봉과 우도등대. 해안가로 내려가면 보트를 타고 우도팔경을 만나 볼 수 있다.


우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섬의 동남쪽 우두봉(126m) 일대다. 검은 모래 해변인 검멀레해수욕장부터 시작되는 해안 절벽은 서서히 높아져 우두봉에서 절정을 이룬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가 바로 우두봉인 셈이다.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우두봉은 쇠머리오름이라고도 불린다. 검멀레 쪽과 반대편 천진리에서 탐방로를 따라 2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지난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우도등대가 있고 그 주변으로 너른 초원 지대가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우도의 3분 2가 조망되고 바다 건너 본섬 성산일출봉부터 지미봉·한라산까지 겹겹이 펼쳐지는 제주 오름을 내다볼 수 있다.

우두봉 인근 해안 절벽은 낚시꾼들의 차지다.


바다에서 바라본 우도 지층의 단면이 마치 칼로 잘라 낸 듯한 모양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쇠머리오름 바로 아래 기암절벽은 우도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우두봉을 중심으로 우도팔경 중 동안경굴(東岸鯨窟), 후해석벽(後海石壁), 지두청사(地頭淸沙), 주간명월(晝間明月) 4경이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다. 지두청사는 우두봉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푸른 초지와 파란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고 나머지 3경은 오름 바로 아래 지각변동으로 드러난 단층이 빚어낸 비경이다. 해식동굴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물에 반사돼 동굴 천장에 보름달 모양을 만들어 내는 주간명월, 화산활동 중 지층이 수직으로 절단되면서 만들어 낸 높이 20여 m의 기암절벽인 후해석벽, 고래가 살았다는 거대한 규모의 동안경굴이 펼쳐진다. 지두청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멀레해수욕장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만나 볼 수 있다.

여행객들을 태운 보트가 쇠머리오름 아래 경안동굴을 빠져 나오고 있다. 경안동굴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우도팔경 중 하나인 ‘주간명월’. 경안동굴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동굴 천장을 비춰 달 모양을 만들어 낸다.


우도 해안 경관의 종착지는 톨칸이해변이다. 섬의 유일한 몽돌 해변으로 우두봉이 소머리라면 이곳은 우두봉 바로 아래 소여물 통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장쾌하게 쏟아지는 비와사 폭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우도팔경 중 나머지 전포망도(前浦望島)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전체적인 경관을, 천진관산(天津觀山)은 동천진동항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을 말한다. 우도팔경은 낮과 밤, 동과 서, 앞과 뒤, 하늘과 땅으로 나눠 사계절 언제 어디서나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우도 해안 도로는 차보다 전기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할 정도로 곳곳이 볼거리로 가득하다.


우도는 차를 갖고 들어가기보다는 도보나 천진항 앞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빌려 타는 것을 추천한다. 도로가 전 구간 1차선이라 차를 갖고 들어가면 구석구석 둘러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우도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섬 주민이 모는 버스를 타고 해설을 들으며 해안 도로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홀수 날은 동천항·우두봉·검멀레·비양도 등 오른쪽 방향으로, 짝수 날은 산호사물코·하우목동항·비양도 등 왼쪽 방향으로 운행된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다음 차나 반대편 차를 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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