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이 ‘빅스텝’ 긴축을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현재 0.25~0.50%인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연내 두세 차례의 추가 빅스텝 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긴축을 본격화한다는 신호여서 전 세계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전방위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3주체와 금융·실물 부문의 방파제는 부실한 상황이다.
우선 고금리에 취약한 ‘부채 폭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 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출 급증 등으로 지난해 말 1862조 원까지 불어났다. 기업 부채도 지난해 말 2361조 원으로 늘었다. 국가 채무는 2017년 660조 원에서 2022년 1075조 원으로 415조 원이나 급증한다. 올 들어 미국의 긴축 기류 속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탈하면서 금융 부문의 안전판도 취약해졌다. 전략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연이은 무역수지 적자로 실물 부문도 위기에 노출돼 있다.
긴축 파고에 대처하려면 먼저 원·달러 환율 안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이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의제로 다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건전화에 힘을 쏟는 한편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현금 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철회하거나 축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실물 부문에서는 선제적으로 한계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와 구조 개혁으로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속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당면 과제는 긴축 후폭풍에 대한 금융·실물 부문의 다중 방파제 쌓기다. 자산 시장의 버블 붕괴를 막으면서 부채 폭탄 뇌관을 제거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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