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지만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경험도 많아요. 저는 그저 수상이 아니라 입상을 통한 연주 기회를 간절히 바랐는데, 2017년 반클라이번 콩쿠르 당시에 그 간절함이 가장 강했고, 그만큼 음악에 헌신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대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의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 콩쿠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콩쿠르의 직전 대회인 2017년 우승자이기도 한 선우예권은 국제 콩쿠르 8곳에서 우승한 경력 덕분에 한때 ‘콩쿠르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오는 2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M소나타’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리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최근 서면으로 만난 선우예권은 콩쿠르에 도전하던 시절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콩쿠르 수상이 궁극적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콩쿠르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임윤찬과도 2019년 ‘코리아 영 아티스트’ 공연에서 예술감독과 연주자로 만난 인연이 있다. “그 때 이미 가진 재능이 많은 피아니스트였다”고 돌아본 선우예권은 “하루가 다르게 큼직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너무나 축하하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레스피기, 드뷔시 등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을 줄곧 생각했다는 그는 특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대해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작곡가는 아니지만, 특유의 화성들과 색채가 마치 머릿속에 여러가지 색감들이 펼쳐지는 느낌이 있다”고 소개했다. 후반부는 다양한 색채감이 조화를 이루는 곡들로 채웠으며, 선우예권은 “어둡고 그늘지었던 마음이 밝은 색들로 채워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리사이틀 외에도 그의 올해 연주 일정은 매우 빽빽하다. 지난달 세종체임버홀 기획공연 시리즈인 ‘디어 슈베르트’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연 데 이어 성악가 연광철과 함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 5일 캐나다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다음 달 말에는 대만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과 듀오 리사이틀을 예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상반기 미국, 폴란드, 일본에서 공연한데 이어 7~9월 포르투갈, 스위스, 이탈리아의 음악축제에 참여한다.
그는 “특히 지난 한 달은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었다”면서도 “한 달이든 1년이든 주어져도 시간은 항상 모자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연습할 때 최대한 집중하고, 연습하지 않을 때에도 어떠한 부분들이 부족하고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쓰려 한다”며 “최근 시작한 가벼운 근력운동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도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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