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아나운서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소개하자 거대한 1번 홀 주위의 수많은 팬들이 환호했다. 역사적인 150회 디 오픈을 그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려왔을 우즈는 가볍게 눈인사를 한 뒤 아이언으로 첫 티샷을 날렸다. 볼은 247야드를 낮은 탄도로 잘 날아갔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볼은 디봇(잔디가 패인 자리) 위에 놓여 있었다. 징조가 좋지 않았다. 홀까지 113야드 남은 상황에서 우즈는 두 번째 샷을 날린 뒤 흩날린 모래에 얼굴을 돌렸다. 볼은 1번 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스윌컨 번(개울)에 빠졌다. 벌타를 받은 뒤 4번째 샷 만에 볼을 홀 1m 거리에 잘 붙였지만 보기 퍼트를 놓치는 실수까지 범했다. 첫 홀부터 더블 보기.
우즈가 15일(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파72)에서 열린 디 오픈 1라운드에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버디는 3개에 그친 반면, 보기 5개에 더블 보기도 2개나 기록했다. 6오버파 78타로 156명 중 공동 146위다. 2라운드에서 6타 정도를 줄여야 컷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위치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즈는 첫 홀 더블 보기 이후 8번 홀까지 6타를 잃었다. 9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후반 들어 15번 홀까지 버디와 보기를 2개씩 주고받다 16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잃었다.
바람이 거세진 오후에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매우 길고 느린 하루였다”며 “첫 홀에서 맞바람이 강해 볼이 개울에 빠졌다. 이후 반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좋은 샷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 힘겨운 재활을 해왔던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를 통해 복귀했고, 5월 PGA 챔피언십에서는 컷을 통과했지만 3라운드를 마친 뒤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6월에는 자칫 무리할 경우 디 오픈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US 오픈을 건너뛰었다. 그렇게 준비했던 디 오픈이기에 첫날 6오버파는 우즈에게 실망스러웠다. 우즈는 “아마 오늘 3퍼트를 서너 개를 한 것 같다. 그린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캐머런 영(미국)이 버디만 8개를 골라내며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전문가들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6언더파 단독 2위다. 매킬로이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8년 만에 메이저 승수를 추가하게 된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주형(20), 이경훈(31), 김시우(27)가 나란히 3언더파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임성재(24)는 1언더파 공동 35위다. 김민규(21)는 1오버파 공동 77위, 조민규(34)는 3오버파 공동 119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