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팔랐던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야심차게 내놓은 인플레이션감축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등 여러 성과를 내면서 재선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민주당 내부의 반대 의견이 많아 본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1월 중간선거 이후 재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고문을 지내다 최근 백악관으로 복귀한 애니타 던은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최근의 입법과 정책 관련 성과에 고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고 지지율의 발목을 잡은 인플레이션은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개선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용은 여전히 탄탄하다. 지난달에는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에 성공했다. 지난달에 37.5%까지 주저앉았던 지지율도 이 같은 성과 덕에 소폭 상승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해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결심을 굳히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의사당 폭동 과정에서 트럼프의 역할을 둘러싼 폭로가 이어지고 공화당이 트럼프를 지속적으로 감싸는 모습이 그의 도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다만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가 확정적이지는 않다. 블룸버그는 이미 민주당 의원 세 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젊은 후임자를 위해 길을 열어줄 것을 제안했으며 다른 몇몇 의원들도 바이든의 재선 지지를 분명하게 거부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민주당 소속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으며 또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인 앤지 크레이그도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도 바이든의 재선 지지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지율이 소폭 올랐다고는 하나 여론도 좋지 않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40% 수준으로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다. CNN이 지난달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성향인 응답자의 25%만 2024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를 원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올 1~2월 조사 당시 45%의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재선 출마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밀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의 한 고문은 블룸버그에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네바다 등 중간선거 때 주요한 지역에서 DNC의 자원을 강화하는 것이 재선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주 차원의 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주요 기부자 및 일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도 늘리고 있다. 이 밖에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국을 무대로 보다 공격적인 캠페인 스타일의 행사도 계획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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