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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 이어 송유관까지 막혀…"러 의존 큰 獨·伊 곧 침체 진입"

■에너지난에 최악 치닫는 유럽

러, 카자흐發 송유관 보수한다지만 '보복성 중단' 관측

가뭄덮친 獨, 석탄 공급 난항…수출품 운송도 쉽지않아

유럽, 고물가 속 소비위축 가속 "위기가 뉴노멀" 분석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럽 경제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2년간의 팬데믹 터널을 지나 경제성장률이 4%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으로 올겨울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확실시된다는 관측과 함께 위기가 ‘뉴노멀’이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뇌관이 된 것은 러시아에 의존해온 천연가스다. 지난주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공지한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중단이 예고된 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22일(현지 시간) 천연가스 가격은 단숨에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를 찍었다. 시장조사 업체 에너지에스펙트의 제임스 와델은 “가스관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는 추가적인 에너지 사용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에 의한 추가 수요 감축 의무 조치가 없다면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송유관도 가동이 중단돼 유럽의 에너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원유의 1%를 취급하는 카스피해송유관컨소시엄(CPC)은 이날 카스피해 유전과 러시아 흑해 항구를 잇는 송유관의 하역 시설 3곳 중 2곳을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지 보수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CPC의 최대주주가 러시아 정부(지분 24%)라는 점에서 보수공사는 명분이고 사실상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극심한 에너지난에 특히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제조 강국인 독일이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성장 엔진’이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은 에너지를 지나치게 러시아에 의존해온 탓에 부메랑을 맞았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자 부랴부랴 석탄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유럽을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강이 말라 선박을 통한 석탄 공급마저 지연되고 있다. 라인강 상류에 몰려 있는 제조 업체들의 수출품도 배를 통해 운반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23일 발표된 독일의 8월 종합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7.6으로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올가을 독일 물가 상승률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10% 선을 넘기고 내년에도 고공 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7월 물가 상승률은 7.5%였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가계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소비지출이 빠르게 위축되는 실정이다. 유로존의 6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7% 줄어 지난해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역시 에너지 부족과 물가 급등에다 가뭄에 따른 운송난까지 겹쳐 애를 먹고 있다. 로이터는 유럽의 알루미늄 및 아연 제련 설비의 약 절반이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료 생산도 대부분 중단됐다고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은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2년 평균보다 10배 이상 상승했다”며 “현재의 천연가스 쇼크는 1970년대의 오일 쇼크보다 2배에 가까운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렉상드르 봉파르 까르푸 최고경영자(CEO)는 “위기가 뉴노멀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기 침체,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로이터는 “겨울에 유럽 경제가 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본 전망”이라며 “특히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곧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유럽의 화폐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노무라는 9월 말까지 달러·유로 환율이 0.975달러까지 떨어지고 이후 0.95달러 내외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공급 압박이 블랙아웃 위험을 높이고 유로화를 더 떨어뜨려 경제위기가 오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화폐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비롯한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에너지 위기→유로화 하락→물가 상승→금리 인상→경기 침체’라는 안 좋은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의 고용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사정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이사는 “인력 부족과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접어들더라도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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