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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안 믿어주면 누구를 찾아가나요?”

김남명 사회부기자

김남명 사회부기자




지난 8월 성폭행 피해자 A씨는 경찰서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오세요.” 경찰서 첫 방문부터 문전박대 당한 셈이다. 다시 가서 조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술 취해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맞아요? CCTV 보니까 멀쩡하게 잘 걷던데요?”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했다. 심지어 꽃뱀으로 내몰기도 했다. “왜 바로 신고를 안 했어요? 혹시 합의금 때문에 신고한 거예요?”

2022년 서울에서 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 경찰들이 수사를 맡고 있다. 피해자를 혼내는 듯한 태도와 불필요한 질문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진다. A씨 뿐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여성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 59명 중 69.5%가 경찰 조사 단계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매년 성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인력은 오히려 줄고, 전문 수사관이 부재하다는 점이 문제를 키웠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58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맡은 사건은 1만 20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담당 인력은 줄었다. 전국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인력은 지난해 3508명으로 전년 대비 150명가량 줄었다. 여청과 수사관 1명이 담당하는 사건도 2020년 33건에서 작년 39건으로 18%나 급증했다.

여성 범죄 전담 부서인 여청과에 여성 경찰이 한 명도 없는 경찰서도 전국 27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 조치 일환으로 여성경찰수사전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국 27개 경찰서에서는 여성경찰수사전담제를 활용할 수 없다.

“성폭행 당하고 경찰서 와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 처음 겪는 일로 가는 건데..이런 식이면 다른 피해자들은 수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A씨의 말처럼 피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한 뒤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경찰이다. 경찰이 바뀌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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