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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업무 그대로인데 임금만 줄어…폭언·폭행도 여전

■ 경비원 갑질 금지법 시행 1년

“‘관리원’으로 명칭만 바뀌었지 업무는 그대로”

대형 폐기물 처리, 대리 주차하는 경비원 여전

경비원 향한 폭언·폭행 건수도 오히려 늘어…

“일부 입주민들 때문에 그만두는 경비원 많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에 경비원과 상생을 위한 입주민의 약속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경비원 초소가 아니라 ‘관리원 초소’라고 적혀있죠? 법이 바뀔 때쯤 명칭도 그렇게 바뀌었어요.” (강남구 모 아파트 경비 A씨)

“요즘에는 필수 인원만 경비원으로 뽑고 나머지는 관리원으로 뽑아요. 경비원은 법에 명시된 일만 해야 하니까, 그 외 나머지 업무는 관리원이 맡아서 하는 거죠.” (강남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이 모 씨)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경비원들의 업무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은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재활용 분리배출 감시·순찰·출입 차량 통제 등으로 한정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지불하도록 명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경비원’이라는 명칭만 ‘관리원’으로 바꾸는 꼼수로 경비 근무자에게 법 밖의 업무까지 떠넘기고 있었다.

2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경비원 갑질 금지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바꿔 부르거나, 경비원을 감축한 뒤 관리원을 새로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시내 10개 아파트 중 한 곳은 기존 경비 인원을 모두 관리원으로 바꿨고, 6곳은 일부 경비 인력을 관리원, 시설 주임 등으로 명칭만 바꿔 채용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들이 머무는 초소의 이름을 ‘경비원 초소’에서 ‘관리원 초소’로 모두 바꿨다. 법적으로 정해진 경비원의 업무 범위에서 대리 주차가 제외되자, 기존 인력을 모두 ‘관리원’으로 고용해 주차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강남구의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비원 A씨는 “관리원이라고 해봐야 명칭만 바뀌었지, 하는 일은 이전과 똑같다”며 “금지된 업무를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관리소 인원이 새로 충원되지는 않으니까 결국은 기존 인력이 계속 맡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관리원이 잡일을 시키기에 용이하다보니, 이들을 더 많이 채용하기 위해 기존 경비원을 대거 줄이는 문제도 발생했다. 실제로 경기 부평시의 한 아파트는 최근 경비 인력을 30% 이상 감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아파트 관리원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법 개정이 논의될 시점부터 경비원을 감원하고 대신 관리원을 채용했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비 노동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임금이 줄기도 했다. 관리원 전 모(63) 씨는 “(관리원으로 바뀐 후)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주간 2교대로 전환되면서 급여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진행한 아파트 경비원 업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씨처럼 24시간 맞교대제로 근무하던 경비원이 주간 근무만 하는 관리원으로 전환될 경우 받는 월 임금 총액은 약 219만 원에서 약 196만 원으로 23만 원가량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개정됐지만 경비원 폭언, 폭행 사건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 4년째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정 모(65) 씨는 “친절한 이웃들도 많지만, 무슨 일이든지 트집 잡고, 못된 말을 하는 입주민들이 꼭 있다”며 “그런 사람들 때문에 경비원들이 많이 그만둔다”고 귀띔했다.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경비근무자에 대한 입주민의 폭행, 폭언 민원은 2020년 19건에서 법이 시행된 2021년 24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도 법 개정 이후 관련 상담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까지 이 센터에서 폭행, 폭언 관련 상담을 받은 사람 중 본인이 경비원이라 밝힌 인원은 25명으로 전년 동기(10명)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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