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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00억 NFT 폰지사기' 수사] 26개 지점서 투자자 모집…피해자 수천명

자전거래 방식 가격 끌어올린 후

제 3자에 팔기가 수익 모델 전부

약속한 수당 지급 사실상 끊기고

대표 잠적·지역 센터장 연락안돼

폰지 사기 혐의를 받는 유모 씨가 투자자를 상대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있다. 유 씨는 투자자들에게 5개월 안에 3배 이상의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지급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독자 제공




“200만 원을 투자하면 150일 간 매일 4만 원을 지급해드립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A씨는 지인과 함께 참석한 NFT(대체불가토큰) 관련 사업설명회에서 업체 대표로부터 이 말을 듣고 솔깃했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가치가 있고, NFT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비전도 있어 보였다. ‘다단계 사기가 아닐까’라는 의심도 잠시 했지만 투자한 200만 원에 대한 수익금이 들어오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문제는 투자금액을 늘렸을 때 발생했다. 수익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다가 지금은 아예 끊겼다. A씨는 “은행에서 2000만 원을 대출 받아 투자한 것이 실수”라며 “아직도 1000만 원 이상의 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미술품 중개 및 도소매업 업체인 H사는 올 3월부터 NFT 그림투자와 코인 투자로 포토폴리오를 짜서 투자자들을 모았다. 서울 강남을 비롯 광주광역시와 경기 구리·안양, 전북 전주 등 전국 26곳에 지점을 설립해 수천 명의 회원으로부터 1000억 원 안팎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H사의 대표인 유모(55) 씨는 투자자들에게 2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4만 원 씩 총 600만 원이 될 때까지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터무니 없이 높은 수익성을 제시하는 폰지사기의 전형이다. 일정기간 지급되던 수익금은 이달 초 중단된 상태다.

유씨가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애초부터 실현이 어려웠다. 그는 한 미술품거래소에 올라온 유망한 그림들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자전거래(스스로 사고 파는 행위)를 통해 가격을 높인 뒤 제3자에게 파는 방식이 사실상 수익 구조의 전부였다.



피해자 B씨는 “유 대표가 특정 그림을 사라고 지시를 내리면 많은 인원이 구매를 시도해 가격을 올린 뒤 되팔아 돈을 버는 구조였다”며 “약속한 수익을 이런 식으로 벌 수 있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마치 범죄에 연루되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유 모(55)씨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원금에 따른 수익 기준. 독자 제공


유씨가 수익 모델 중 하나로 제시한 한 가상자산도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태다. 이 가상자산은 4월 15일 기준 7571원이었지만 이달 21일 기준 72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역 센터장 중 한 명인 C씨 조차 “사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은 모두 거짓”이라며 “그림이 빨리 팔리지가 않으니 수당을 제 때 줄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당은 지급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지급되고 있는 상태다. 이달 1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투자 금액을 추가로 더 확보한 유 씨는 돌연 같은달 7일부터 전산바이러스와 해킹 등을 핑계로 수당 지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들은 약속된 수당의 1% 수준만 지급받고 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도 많다. 올해 말까지 원금은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유 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각 지역의 모집책으로 활동한 센터장들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본지도 수차례 유씨에게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장우정 변호사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제대로 된 사업 실체가 없거나 방문판매법에 따른 다단계 판매업 등록이 되지 않은 업체가 모집수당·차등적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에 폰지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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