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년 만에 판검사 수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사회 변화로 복잡한 쟁점을 지닌 사건이 증가해 공판·수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남에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다만 검찰의 수사를 ‘보복 수사’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증원을 골자로 한 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국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판검사 정원을 각각 370명, 22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과 ‘검사정원법’ 개정안을 9일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연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판검사 임용에 반영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판사와 검사 정원은 2027년까지 5년에 걸쳐 3584명, 2512명으로 각각 늘어난다.
통상적으로 판사정원법과 검사정원법은 함께 개정이 이뤄진다. 판사 정원 확대로 형사재판부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응할 검사의 수요도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05년·2007년·2014년 등 과거 세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판검사 수가 동시에 늘어났다.
이번 증원도 법원의 요청이 먼저 이뤄졌다. 현재 법원 내 판사 수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3214명에 멈춰 있다.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고 복잡한 사실관계를 지닌 사건이 늘어나면서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판사 수는 그대로여서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이후 경력자들을 임용하면서 판사들의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업무상 부담이다.
검찰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 검사의 공판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검사의 사법 통제, 인권 보호, 범죄 수익 환수, 피해자 지원 등 새로운 업무 수요가 급증한 데 반해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형사재판부가 늘어나면 검사의 공판 업무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검사 증원의 경우 ‘검찰 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야권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 인지 및 고소·고발 사건이 감소한 것을 근거로 검사 정원을 되레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겨냥한 수사를 두고 검찰과 연일 충돌하는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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