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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축제





-김해자

물길 뚫고 전진하는 어린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

제각각 한 자리를 잡아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

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도 되면서 한 몸 이루어

물길 헤쳐 나아가는 늠름한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난바다 물너울 헤치고 인도양 지나 남아프리카까지

가다가 어떤 놈은 가오리 떼 입 속으로 삼켜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군함새의 부리에 찢겨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거대한 고래상어의 먹이가 되지만

죽음이 삼키는 마지막 순간까지 빙글빙글 춤추듯



나아가는 수십만 정어리 떼,

끝내는 살아남아 다음 생을 낳고야 마는

푸른 목숨들의 일렁이는 춤사위를 보았는가

수많은 하나가 모여 하나를 이루었다면

하나가 가고 하나가 태어난다면

죽음이란 애당초 없는 것

삶이 저리 찬란한 율동이라면

죽음 또한 축제가 아니겠느냐

영원 또한 저기 있지 않겠는가

2023년 축제가 시작됐다. 우주의 별들은 올해도 천구를 돌고, 행성들은 저마다 사모하는 항성을 돌 것이다. 생명에서 물건까지, 미시세계 또한 전자와 광자가 만나 춤판을 벌일 것이다. 바다 속뿐이겠는가? 하늘에 자욱한 가창오리 군무는 어떠한가. 진종일 잠만 자던 늘보들은 어느 틈에 연애하고 새끼 낳아 세상에서 가장 느린 춤을 가르치는가. 구름 속 달 들어갔다 나오듯 삶과 죽음이 번갈아 나오며 까꿍하니, 우리 모두 우주 춤판의 영원한 춤꾼들 아닌가?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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