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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팁]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황반변성' 단순한 노안이란 생각은 금물

■ 강현구 세브란스안과병원 교수

황반 퇴행성 변화로 글자 식별 어려워지는 증상 발생

노인성이 가장 흔하지만 고도근시도 원인 될 수 있어

정기검진 필수…안구 내 항체주사하며 추적관리해야

(왼쪽부터)질병이 없는 정상 눈, 건성 황반변성, 습성 황반변성의 안저 촬영 사진.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대학생 이모군(23)은 최근 시험공부를 하던 도중 책의 글씨가 뭉개져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시험기간 무리한 탓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글자가 뭉개져 보이고 간판 직선 등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지속됐다. 병원을 찾은 이모군은 황반변성 진단을 받고 항체주사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눈에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층을 망막이라고 한다. 망막의 가장 중앙부에 위치하는 곳이 황반이다. 황반은 시세포가 가장 밀집돼 있고 빛을 가장 정확하게 받는 부위로, 글씨를 보는 것과 같은 정밀한 시력을 담당한다. 따라서 황반에 문제가 생기면 글자가 뭉개져 보이면서 식별이 안 되고 사람 얼굴도 식별이 안 되다가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황반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는 병을 통칭해 황반변성이라 한다.

황반변성은 원인에 따라 크게 △노인성 △근시성 △특발성으로 구분된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 국가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특히 흡연이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진행성 근시와 같은 병적 근시가 두 번째로 흔한 황반변성의 원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대다수 국가는 상대적으로 근시가 심하고 고도근시 비율이 높은데, 노인성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황반변성이 생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 원인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특발성 황반변성이다. 다른 유형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보이나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진행 정도에 따라 건성(dry)과 습성(wet)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중심 시야가 약간 또렷하지 않은 정도로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유형이다. 그러다 질병이 진행되어 병적인 혈관이 생기면 이를 습성이라고 한다. 부엌이나 욕실 타일, 건물 등의 선이 굽어보이고 상태가 더 나빠지면 글자에 공백이 생기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 다만 한쪽 눈에 이상이 생겨도 반대 쪽 눈을 통해 정상처럼 보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자가 뭉개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은 황반변성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지만, 이 증상만으로 100% 황반변성이라고 진단할 수 없어 정확한 검사가 요구된다.



황반변성의 진단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는 산동 안저검사다. 산동이란 눈 속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약물로 동공을 확대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산동 안저검사 후 황반변성이 의심되면 형광안저혈관조영검사, 빛간섭단층촬영, 인도시아닌그린혈관조영술 등 좀 더 정밀한 망막검사를 시행한다. 활동성이 있는 근시성 및 특발성 황반변성 또는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의 경우 안구 내에 항체주사를 투여하지 않으면 실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노인성 황반변성의 경우 첫 1년째 평균 7~8회 주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근시성이나 특발성의 경우 대개 1~2회만 주사해도 비활성화 되지만 장기간 추적관찰하며 재발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상실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발병한 환자의 약 42%는 5년 내에 다른 쪽 눈에도 질병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을 진단 받은 환자는 정기검진을 받고,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기 이후의 노인성 건성 황반변성 환자는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루테인 성분 포함 약제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노인성 황반변성 초기 또는 정상안을 가진 일반인들이 굳이 루테인 제제를 일부러 돈을 들여가며 평생 복용할 필요는 없다. 망막 전문의를 통해 건성 황반변성이 중기 이후인지 확인하고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강현구 세브란스안과병원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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