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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돌고돌아 제3자 대위변제 검토…징용해법 남은 과제는

행안부 산하 피해자지원재단 통해 판결금 지급

피해자, 日 피고기업 배상 참여·日측 사죄 요구

서민정(왼쪽 첫번째)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심규선(왼쪽 두번째)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이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한일 최대 현안인 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2019년 제안한 일명 징용 해법과 대동소이하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한일 양국이 징용 문제를 두고 수년간 샅바 싸움을 벌여온 끝에 결국 ‘문희상안’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최종 해법을 발표하기 전 남은 과제로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의 참여 범위 △일본 측 사과 주체 및 수위 △정부 해법의 불가역성 등을 꼽는다.

①완강한 일본…피고기업 움직일까=피해자들의 요구대로 일본 피고기업이 기금 조성에 참여할지가 관건 중 하나다. 피해자 측은 그간 정부 해법의 마지노선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의 피고기업이 배상금 조성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대법원은 당시 판결을 통해 두 기업에 피해자당 1억~1억 5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징용 피해 배상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마무리됐다며 크게 반발, 한국이 국내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을 요구해왔다. 이후 외교부가 갖가지 해법을 마련해 일본에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피고기업의 해법 참여에 극도로 반발하며 급기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 사실상 보복에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교섭하는 과정에서도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피고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들이 기부를 명목으로 한 기금 조성 참여에는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일본 정부가 피고기업의 참여를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기업의 참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피고기업이든 아니든 일본 정부가 기금 조성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 기업들이 정부 기조를 따라갈 텐데, 정부가 ‘피고기업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으니 피고기업도 움직일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정도의 입장만 밝혀도 피고기업들이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고 부연했다.



②일본 측 사죄 주체·수위·내용도 중요 변수=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측 사죄의 주체와 수위, 내용이 어떻게 정해질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기시다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사죄하기보다 역대 일본 정부가 밝혀온 과거사 반성·사죄를 계승하겠다고 재차 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으로는 일명 ‘무라야마 담화’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통렬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고,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피해자 대리인 측도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죄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 과거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 정부 해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③한일, 韓 해법 불가역성 두고 막판 줄다리기=일본 측은 한일 간 막판 협상 과정에서 양국 간 신뢰를 강조하며 한국에 구상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재단이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면, 재단에는 피고기업에 대한 구상권이 주어지는데,향후 한일관계 악화 등 어떤 변수가 발생해도 한국 측이 이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달라는 뜻이다.

앞서 한일이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을 경험한 만큼 일본 측 요구를 이해하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양국이 논의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한국은 일본 정부 요구를 수용해 피고기업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직접 이행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징용 피해자들이 판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일본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은 채 한국에 구상권 포기부터 요구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국내 여론상 현재 제3자에 의한 변제조차도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며 “구상권이 아닌 일본의 호응 조치를 논의할 때”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한 인사도 “구상권은 법률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재단이 사전 또는 사후에 스스로 판단해 포기할 수 있다”면서도 “재단이 사전에 구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는다면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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