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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쁜 엄마" 딸 살해한 엄마지만…검찰도 항소 포기, 이유가

법원, 살인 혐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검찰 "장기간 딸 돌봐…어려운 고통 고려"

중증장애 딸 38년 돌보다 끝내 살해한 모친. 연합뉴스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한 가운데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64·여)씨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류경진)는 지난 19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형사사건의 항소 기간은 판결 선고 다음 날부터 1주일이며 주말과 공휴일도 기간에 포함된다. 지난 19일 선고한 A씨 사건의 항소 기간은 지난 26일까지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를 결정한다. A씨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검찰 자체 기준에 따르면 항소해야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봤고 간병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았다.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가정폭력 상담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도 지난 25일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검찰에 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검사가 법원에 피고인의) 선처를 요청하면 생명 침해를 가볍게 생각하고 유사 사건에서도 선처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구형은 징역 12년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자신도 심신이 약해져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의 감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역시 제한적이었다”며 “유사 판결이나 판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그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며 “나쁜 엄마가 맞다”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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