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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5년 전에 예견된 '난방비 파동'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지난 2017년 6월 1일, 국내 230명의 에너지 관련 교수들이 탈원전 일방통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시도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조치에 반기를 든 성명이었다. 최근 그 성명 발표 영상을 오랜만에 볼 일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성명 발표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스 가격은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현재(당시) 가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낮은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가스와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에너지 정책은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 예견이 5년 만에 현실화됐다. 2016년에는 톤(t)당 364달러(약 45만 원)였던 가스 도입가격이 지난해에는 1039달러(약 128만 원)가 됐다. 세 배 가까이나 오른 것이다. 2016년에는 셰일 가스 양산으로 가스 가격이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었다. 최근 12년 간 가스 도입가격의 평균치인 615달러(약 76만 원)의 59%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본의 가스 수요가 높았던 2014년 가격은 846달러(약 104만 원)로 평균치의 1.4배였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이 있었던 2020년은 평균치의 64%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이 심했던 지난해는 평균치의 1.7배나 됐다. 국제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가스 가격이 크게 요동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스 도입단가의 변동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 2016년 ㎾h(킬로와트시)당 99원에 불과했던 LNG 발전단가는 2018년 121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무려 239원이 됐다. 반면 원자력 발전단가는 대략 60원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지난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전 이용률이 10%포인트(P) 정도 줄면서, LNG 발전 비중은 2016년 22.4%에서 2021년 29.2%로 늘었다. 이 발전량 증가가 LNG 도입단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지난 정부 5년 간(2017~2021년) 한전의 발전비용은 11조 원 이상 증가했고 결국 한전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 됐다.

가스 발전량 증가는 전기 요금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 난방비 상승의 간접적인 요인도 된다. 가스 발전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 모자라는 가스를 가격이 장기도입분에 비해 상당히 비싼 ‘스팟’ 시장에서 조달해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량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안정화뿐만 아니라 난방비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가스 가격 변동 주기는 수 년인 반면, 태양광의 변동 주기는 수 시간이다. 태양광 발전 비중을 충분히 높이려면 한낮에 많이 발전되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밤과 새벽에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기반으로 되어 있는 ESS의 운용비용은 태양광 발전비용 자체보다도 훨씬 비싸다. 다양한 방식의 저비용 ESS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대폭적으로 태양광을 확대하기가 곤란한 이유다. 국제 정세나 기상에 따라 변동하지 않은 원자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당위가 최근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파동에서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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