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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만명 'PA 간호사' 논란 들여다보니…또 '의사 수' 문제였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고발로 불거진 'PA' 논란 일파만파

보건의료노조, 4월 'PA 간호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예고

기피진료과 수요 높아…PA 양성화·의사수 확대 등 대안 떠올라

삼성서울병원장 입건을 계기로 의료계 해묵은 이슈인 ‘PA 간호사'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미지투데이




삼성서울병원장이 의사의 의료 행위를 대신하는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며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PA는 진료검사수술 등 의사의 진료 행위를 돕는 보조인력을 통칭하는 용어로 간호사가 대부분이다.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1만 명 넘는 인원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의료계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1만 명의 PA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는 '의사 수 부족'이 꼽힌다.

◇ 삼성서울병원 사태, 용어 사용 오해에서 벌어진 헤프닝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서울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외래 EMR(전자의무기록) 차트 작성’, ‘방사선 치료 환자 피부 드레싱’ 등을 담당할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 이후 PA 간호사 1명을 채용하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 3일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과 간호사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PA 면허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별도 면허 범위가 정의되지 않아 존재 자체가 불법의 소지가 있다.

병원 측은 “의료계에서 통용되는 흔히 진료보조인력이란 의미로 PA 용어를 차용한 것"이라며 "채용된 간호사들은 적법한 범위 내에서 적확한 업무 진행 중이다. 향후 논란이 된 용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용어 사용에서 비롯된 사안으로, 채용 공고를 낸 자체가 의료법 위반 사안은 아니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차트 작성, 피부 드레싱 등 적시된 표현만으로는 간호사, 의사 업무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고,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 등 세부 사안을 들여다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국에 1만 명 넘는데…대형 병원들 “남일 아니다” 어수선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채용 논란이 쏘아올린 공은 의료계 안팎에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PA는 2010년 국내 처음 도입된 이후 10여 년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미 현장에 1만 명 이상의 진료지원인력이 존재한다. 너스케입 등 간호사 채용 사이트에서는 지금도 수도권 지역 대학병원 등이 올린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다수 대형 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 사태를 남일처럼 여기지 못하는 이유다.

간호사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PA 간호사 채용공고' 캡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국립대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의 PA 인력이 2019년 797명에서 2021년 1091명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병원 측의 꼼수"라며 “정식으로 충분한 비용을 들여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간호사를 쓰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형 병원이 공개 채용을 통해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만연해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란 게 그의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까지 설문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PA 간호사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오는 4월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 흉부외과 등 진료과 기피현상 심화…"PA 없으면 수술장 안 돌아가"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사실상 ‘PA’와 같은 지원인력 없이는 병원 운영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전공의(레지던트)들이 지원하지 않는 현실에서 PA 간호사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선경 경희대 특임교수(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민간위원장)는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가 고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진료보조인력을 활용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진료보조인력을 적법한 범위에서 활용한다면 오히려 환자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기피 진료과의 대명사 격인 흉부외과 전문의다. 지난해 2월 정년 퇴임하기 전까지 고대안암병원에 20년 넘게 재직하며 심장수술을 집도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보면 필수의료라 불리는 중증 응급질환을 담당할 의사 인력 부족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실제 PA는 흉부외과·산부인과를 필두로 전공의들이 기피한다고 알려진 외과 계열 진료과에서 월등히 수요가 높다.

의료계 일각에서 PA로 대변되는 진료지원인력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대병원은 아예 PA란 용어 대신 명칭을 바꿔 2021년 7월부터 임상전담간호사(CPN·Clinical Practice Nurse) 제도 운영에 나섰다. 국내에서 PA 활용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의료법과 간호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현재 160여 명이 활동 중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그해 국감에서 “전공의들이 해온 의료행위가 모두 의사 면허 하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CPN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불법 의료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17년째 의대 정원 동결…어렵사리 논의 첫 발 뗐지만 또 제동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늦은 밤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는 등 필수의료 붕괴 위기감이 커지가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이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협의 요구에 따라 당초 3273명이던 정원을 6년간 순차적으로 줄인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후 의사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해법으로 거론됐지만 변화는 없었다. 복지부가 2020년에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3458명으로 400명 늘려 10년 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집단휴진 등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불발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행 의대 입학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35년 국내 의사 수가 2만7000여 명 부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가 올해 초 의대 정원 확대 의사를 밝히면서 관련 사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료현안협의체'가 지난달 말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두 차례 회의를 마친 상태에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간호사 업무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결격사유 확대법’이 국회 법제사법특별위원회(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회부된 데 대해 보건의료직역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의협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3차 회의에 참여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 복지부, 시범사업 나섰지만…"제도화 계획은 없어"


복지부도 현장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다만 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른바 '페이닥터'로 불리는 봉직의사들의 직역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전공의협의회 등은 PA를 무면허 인력이란 뜻에서 'UA(Uncertified Assistant)'라고 지칭하며 반대한다. PA 간호사를 인정하면 의료법상 금지된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허용한 게 될 뿐더러, 전공의들이 임상현장에서 수련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인력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지침 마련 및 관리·감독을 독려하려는 취지일 뿐"이라며 "PA 제도를 신설하는 등 양성화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필수의료 대책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의협은 “왜곡된 환경에서 무작정 의사수를 증원하면 미용 분야 등 비급여?저위험 분야의 의사와 해당 의료기관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 정원 미달 사태 등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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