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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공급망기본법 머뭇거릴 시간 없다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美, IRA 등 입법 통해 공급망 안정화

韓, 무역·제조 의존도 높은데 출발 늦어

AI 시스템으로 위기품목 조기 식별 등

기본법 속히 제정해 통상경쟁력 높여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1일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공청회를 열었다. 공급망 기본 법안은 국가 전반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제도화하기 위해 제정된다. 이 법안에 따라 경제안보의 개념에 ‘국가의 안전보장’이 포함되고 경제안보 품목이 지정된다. 경제안보 품목에는 상품과 서비스가 들어간다. 의약품·식량처럼 국민생활·경제의 안정 등을 위해 범부처 관리가 필요한 소수의 핵심 물자는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된다. 또 공급망 교란으로 경제안보 품목의 생산·유통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 물류 체계 및 기반 시설 등은 경제안보 서비스로 분류된다.

이 법안을 보면 몇 가지 고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먼저 정부가 지원할 분야다. 경제안보를 국가안보 영역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현재의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원 대상과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소요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이에 기본적으로 제조업·첨단기술의 공급망 안정화는 민간의 영역으로 규정하되 정부 역할은 공급망 위기 발생 때 미비된 분야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둘째, 공급망 위기 발생 때 어떤 품목이든 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공급망 안정화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2021년 말 요소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소관 부처가 불투명해 국가적 대응에 혼선이 빚어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은 듯하다.

셋째, 범국가 차원의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해 기본 계획 및 시행 계획에 관한 사항, 경제안보 품목 등의 지정, 위기 품목의 지정, 공급망안정화기금의 관리?운용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내 산업 및 기업 활동이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관여돼 있고 무역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공급망 위기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위기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해외로 나갔던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회귀), 인프라투자법,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입법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다지고 있다. 일본은 경제안보추진법 제정을 통해 국내 공급망 확충과 기업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공급망기본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데다 발의 이후 입법 작업도 부진했다. 경쟁국에 비해 늦은 만큼 하루빨리 입법을 완료하고 시행령을 제정해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법안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더 체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조기경보를 발령하는 근거가 관세청 수출입 통계 자료와 민간 정보라는 점에서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든다. 요소수 사태를 되돌아보면 위기를 불러올 몇 가지 단서가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관련 당국도 요소수가 디젤 차량의 필수품이라는 사실을 품귀 현상이 나타난 후 위기 국면에서 비로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식 EWS로는 더 이상 조기경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EWS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법안에는 공급망 안정화에 관한 전문 사항 검토를 위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AI 시스템과 전문위 판단으로 위기 품목을 조기에 식별해 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안에는 경제안보를 국민 경제에 필수적인 품목·서비스·기술 등이 원활하게 유입되고 부적절하게 유출되지 않아 국가안보 및 국민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정의 내리고 있다. 다분히 공급망의 안정화라는 방어적 차원에서 경제안보를 의미하고 있으나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외부의 교란 행위에 의한 위기 사태를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공세적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도 첨단 기술 개발 지원, 전문 인력 양성, 적극적인 통상 정책 등 공세적 요소를 경제안보 영역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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