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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공화당의 사회안전망 흔들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바이든, 소셜시큐리티 강조하며

"공화당, 일몰제 원한다" 발언

보수층 "거짓말" 항의했지만

연금·보험 삭감 의지 뚜렷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달 초 국정 연설 가운데 정치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메디케어와 소셜시큐리티의 5년 일몰제를 원한다”는 선언이다. 그는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아마도 릭 스콧 의원이 지난해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내놓은 재정 플랜 때문일 것이다. 그가 제시한 재정안의 주요 골자 중에는 모든 연방법의 효력을 5년으로 제한하는 일몰제 조항이 포함됐다.

‘거짓말’이라는 공화당 의원들의 항의와 야유가 터져 나왔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바이든의 주장이 정치적 반향을 불러올 것임을 직감한 우익 언론은 이를 거짓으로 몰아세웠다. 일부 주류 언론인들조차 “바이든의 과장이 도를 넘었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유권자들이 ‘일몰제’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여론을 오도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사실 특정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법의 시효가 끝난다고 프로그램 자체가 완전히 폐지되지는 않는다. 어느 경우건 의회는 투표를 통해 효력 연장을 결정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공화당은 두 가지 사안을 줄기차게 추구했다. 첫째, 공화당은 정치적으로 기회의 창문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 설 때마다 소셜시큐리티의 대규모 축소를 시도했다. 둘째, 공화당은 그 같은 시도를 할 때마다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행동을 반복했다. 자신들이 사용한 용어를 민주당이 그대로 차용해 소셜시큐리티 축소안에 먹물을 뿌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대부분 잊혔지만 로널드 레이건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소셜시큐리티 축소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치적 역풍이 거세지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신 카토인스티튜트가 소셜시큐리티로 인한 재정 위기가 닥칠 경우에 대비해 이른바 ‘레닌주의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같은 목적으로 카토는 소셜시큐리티를 개인 계좌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소셜시큐리티 민영화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 카토의 프로젝트 명칭이 슬그머니 바뀌었다. 여론조사에서 민영화 지지율이 저조하게 나오자 부시 대통령도 민영화라는 용어가 유권자들을 ‘겁먹게 만든 탓’으로 풀이했다.



메디케어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1995년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뉴트 깅그리치가 연방정부를 폐쇄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깅그리치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부 폐쇄를 푸는 조건으로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 예산의 대폭 삭감에 동의할 것을 요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2010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후 폴 라이언은 대규모 지출 삭감을 추진했다. 그중 하나는 메디케어 환자의 의료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불하는 시스템에서 수혜 대상자들에게 일정액을 지원해 민간 보험을 구입하는 ‘바우처’ 제도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라이언 플랜의 지지자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들 중 상당수는 ‘바우처’를 ‘바우처’라 부르는 것을 좌파의 흑색 비방 선전으로 규정했다.

필자는 바이든이 국정 연설을 통해 풀어놓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공격이 효과적일 뿐 아니라 팩트 역시 그의 편에 서 있음을 안다.

사회보험 프로그램과 관련한 민주당의 공격에 유난히 취약한 공화당 정치인으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주지사로서 디샌티스는 교육과 공중보건 조치들에 대한 반대 등 문화 전쟁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가 거둔 최대 성과는 오바마의료개혁법 아래서 플로리다주의 메디케이드 확대를 막은 것이다. 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의료지원금을 거부했고 결국 현실적으로 의료보험을 장만할 방법이 전혀 없는 수십만 명의 플로리다 주민들은 무보험자로 전락했다.

원래의 전제로 돌아가 보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핵심적인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빈 껍데기로 만들려고 한다는 바이든의 발언은 옳다. 그리고 디샌티스는 바이든이 암시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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