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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트랩'에도 신중모드…대규모 부양책 대신 체질개선 방점 [막오른 中 양회]

■'사상 최저' 성장률 꺼내든 中

바오우 달성 총력…習 비판 차단

재정적자 규모 GDP 3%로 제한

국방비 지출 증가율 3년 연속↑

대만 등 미중 전략경쟁 가열될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




중국이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시진핑 집권 3기의 첫해를 맞아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고 6%대 성장도 가능하다는 국내외 전망에도 도달 가능한 최저치를 내세우며 몸을 크게 낮춘 모습이다.

5일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 내외’는 1994년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의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 속에 ‘바오우(保五·5%대 성장률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이 6%대 성장률을 제시하고 골드만삭스(6.5%), 모건스탠리(5.7%), 노무라(5.3%) 등이 전망한 것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타깃인 ‘5.5% 내외’에 크게 못 미친 3% 성장에 그친 만큼 올해는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목표 달성에 실패해 집권 3기 첫해부터 시진핑 주석에게 비판이 향하는 것을 막는 조치로 풀이된다. 재정적자를 기존 2.8%에서 3.0%로 소폭 늘린 것은 대규모 부양책 제시 없이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다소 낮췄는데 이는 소비심리 위축, 수출 감소, 주택시장 압박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여전히 경기 회복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 보고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정을 우선시하고,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뜻인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을 언급하며 경제성장을 위해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 내외로 제시했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효율을 높이겠다며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설정했다. 도시 일자리 창출은 지난해보다 100만 개 늘어난 1200만 개 내외, 도시 실업률은 5.5% 안팎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업무 보고는 그동안의 성과 발표에 주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5년 동안의 성과와 문제를 검토하는데 25쪽을 할당하고 올해 계획은 6쪽만 할애했다. 2022년에 보고서의 76% 이상이 지난해 정책 목표를 담은 것과 정반대다. SCMP는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성과와 어떻게 국제적 혼란과 팬데믹의 도전에 맞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는지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바꿔 말하면 올해 경제 상황을 전망하기 힘들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정책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는 2021년처럼 감세 목표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감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만 언급했다.



구체적인 시그널은 없었으나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리 총리는 “부동산 시장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안정적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며 “부동산 기업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완화하고 자산과 부채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부문 비중이) 중국 GDP의 15~25%로 추정되는 만큼 올해 안정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 시장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정부는 소비자들이 첫 번째 집을 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며 새로운 도시 거주자들과 젊은 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재정 부담을 덜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경쟁을 위한 분야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대표적인 곳이 국방 분야다. 정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방예산은 7.2% 증가한 1조 5537억 위안이다. 이는 지난해 1조 4500억 위안으로 7.1% 늘어난 것보다 많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 증가율은 2018년 8.1%에서 2019년(7.5%)과 2020년(6.6%)에 하락 추세를 이어가다가 대만 관련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2021년 6.8%로 반등해 3년 연속 전년 대비 증가율이 늘었다.

4일 중국의 국방비 증액 관련 질문에 왕차오 전인대 대변인은 “복잡한 안보 도전에 대처할 필요와 함께 대국의 책임 이행 필요도 있다”며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지역 안정과 세계 평화를 지키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는 2일 중국 군용기 21대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근 미국이 대만에 6억 1900만 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 후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국방비는 연구개발(R&D)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금액은 공식 금액을 훨씬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리커창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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