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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한영일 사회부장]

학교폭력 '정순신 사태' 파장 지속

檢 아버지 기득권 남용에 국민 공분

징계 만능주의론 문제 해결 어려워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것 알아야





동은이가 돌아왔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통렬한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9~16회)가 10일 공개된다.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파트1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 일당에게 살짝 보여주기 시작한 ‘징악(懲惡)’이 어떤 결말을 낼지 궁금하다.

현실판 학폭인 ‘정순신 사태’의 파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인기 학폭 드라마까지 복귀한다니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학폭 트라우마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동은이가 국가수사본부장에 발탁됐다가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자식의 학폭 징계를 없애기 위해 대법원에까지 가며 소송전을 펼친 부모에게 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학폭을 경고하고 국회와 경찰이 진상 조사에 나섰으며 교육 당국도 이달 말 대책을 내놓겠다고 호들갑을 떤다. 징계를 강화하거나 대학 입시 전형에서 학폭 감점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 징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학폭이 결코 용납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른 나이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이 많아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계가 분위기에만 휩쓸려 보여주기 식 대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 건수는 2만여 건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사이버상에서의 따돌림과 언어 폭력 등으로 그 행태는 바뀌고 있다.

학폭이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유행어를 남겼던 영화 ‘친구’의 배경이자 학생 체벌마저 일상화됐던 1980년대 교실의 학폭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학폭위라는 제도도 없었고 징계 역시 기껏해야 반성문이나 며칠간의 정학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대학 진학과 관련한 감점 등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번 ‘정순신 사태’를 둘러싼 국민들의 학폭에 대한 공분은 유난히 클까. 그 뒤에는 검사 간부인 아버지, 그리고 직업적 전문성, 이른바 ‘검폭(검사 폭력)’을 이용한 소송전에 이어 가해자의 서울대 진학 등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질문에 ‘검사인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강고한 기득권의 울타리 속에서 폭력이 가해지고 사회적 성공을 보장해주는 대학에 버젓이 입성까지 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뭔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번 정순신 사태를 ‘제2의 조국사태’라고도 비꼬아 말한다. 진영 논리와 잘못의 경중을 떠나 두 사건 모두에서 부모의 어긋난 자식 사랑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이 저지르는 학폭 뒤에는 부모가 있다. 당사자가 미성년이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처리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

드라마 속 피해자인 동은이 역시 어쩌면 연진이가 부잣집 딸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버지가 검사였다면 지금도 울고만 있을지 모른다.

학폭위에 참석해본 피해자 부모들은 뜻밖에도 가해자 부모들이 보이는 당당함에 분노를 넘어 당황한다고 한다. ‘내 자식은 결코 그럴 애가 아니다’라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인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기성세대의 어긋난 자식 사랑이 지금까지 학폭을 키워온 것일지 모른다.

이를 뛰어 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제도와 징계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사과와 용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학폭에서 아이들의 행위는 어쩌면 껍데기다. 우리가 되짚어야 할 점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자기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아이들은 결국 부모의 거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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