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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구문제 해법은 '포용적 이민정책'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출산율 저하 막기' 실패 드러나

이젠 외국 새로운 피 수혈 필요

'단일민족국가 장벽' 걷어내고

피부색 차별없이 이민 수용을





얼마 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눈길을 끄는 뉴스를 발견했다. 중국이 인구 1위를 인도에 내줬다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이제야 오명을 벗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중국 측에서 홍콩과 대만을 합하면 여전히 중국이 1위라고 반박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배웠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오명을 벗었는데 좋아하지는 못할망정 반박을 하다니.

대한민국과 중국은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두 나라 모두 권위주의 정권의 시대였기에 정책 효과 또한 매우 컸다. 중국에서는 1가정 1자녀를 법으로 강제해 아들이 없는 집에는 공적에 올리지 못하는 딸이 여러 명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그런 중국에서 여전히 인구 1위 타이틀에 집착하다니 이유가 뭘까. 이제는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인구 감소가 국가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소멸에까지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하나는 내부적인 해결책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좋은 시설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육과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 직장에 매몰돼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한 정책도 시행했다.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잘살 수 있도록 사회적 격차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모두가 출산 의지를 자극하고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자 하는 방법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수단만으로는 국가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 그와 같은 정책 수단으로는 출생률 저하를 막지 못한다는 점을 실제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싶어하는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견고한 장벽이 있다. 단일민족국가라는 자부심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단군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단일민족국가이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독립과 단합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민족국가라는 단어는 이제 국가 소멸을 눈앞에 두고도 버리지 못하는 구멍 난 방패가 됐다. 어쩌면 그 구멍 때문에 우리가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외국인 정책은 일시적으로 필요한, 소위 3D 산업으로 불리는 곳에 필요한 인력을 잠시 쓰다가 내보내는 정책이 전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정책으로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절대로 유치할 수 없다. 당연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멸을 막을 수도 없다.

야구 국가 대항전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한창이다. 이 대회에 국가를 대표해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다른 국제 대회와는 조금 달라 낯설다. 바로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국적을 가졌던 국가를 위해서도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을 둔 것은 저변이 넓지 않은 야구에서 국가 간 실력 차를 줄여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면에는 국적이 실력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실력만 좋다면 어머니의 나라, 할아버지의 나라 국기를 달고 출전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했던 토미 현수 에드먼이라는 선수도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 뛰었다. 우리 국민들도 여기에 특별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활약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열망했다.

이민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하는 실력 있는 외국인을 국적이나 피부색을 따지지 말고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일민족국가라는 자부심을 이제 조금은 가슴 뒤쪽으로 밀어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구감소 시대에 걸맞은 애국의 시작이자 대한민국의 소멸을 막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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