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도시 중심업무지구 내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고급 오피스빌딩에서도 공실이 늘어나고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확산하는 추세다. 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시장 안팎에서 지역 중소형 은행에 이어 새로운 뇌관으로 꼽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을 향한 불안감이 임대료 상위 25%에 해당하는 이른바 ‘A급’ 빌딩까지 옮겨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무디스애널리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대도시 중심상업지구 내 A급 사무실 임대 건수가 2021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A급 사무실이 임대된 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3분기 101.881에서 4분기 101.411로 내려갔다. B·C급 오피스빌딩의 임대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줄곧 하락세였는데 이 흐름이 A급 빌딩까지 옮겨붙은 것이다. 토머스 라살비아 무디스 경제분석 담당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부동산 소유자 중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약간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WSJ는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체결한 임대계약이 만료되고 경기 침체를 걱정하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대도시 업무지구 내 오피스빌딩 소유주들은 막대한 투자를 거쳐 체육관·스파·식당 및 최신식 시설로 리모델링한 후 임대료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오래되고 낮은 가격의 건물에서 공실률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고급화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여러 위기 상황, 공실의 증가로 이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디폴트 사례도 늘고 있다. WSJ는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로스앤젤레스 소유 빌딩 2곳을 담보로 했던 약 7억 5000만 달러의 부채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핌코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을 담보로 잡은 모기지에 디폴트를 선언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부터 2027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규모는 2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대출 중 상당수가 지역 소규모 은행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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