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반전 그림’을 그린 어린이의 아버지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딸은 이미 아버지와 강제로 분리돼 보육원에 맡겨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4)에게 이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는 “모스칼료프가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러시아군의 신뢰를 저해하는 문자와 그림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는 혐의 내용이 기재됐다.
이날 재판은 모스칼료프가 재판에 출두하지 않은 까닭에 궐석으로 진행됐다. 앞서 모스칼료프는 실형 선고를 예상하고 전날 밤사이 연금 상태였던 집에서 달아났다. 그가 홀로 기르던 딸 마리야(13)는 이달 초 그가 가택연금에 들어가면서 국영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진 상태다.
모스칼료프가 수사당국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해 4월 딸 마리야의 초등학교 미술수업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당 교사는 러시아 병사들에게 보낼 애국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했지만, 마샤는 이를 거부하고 ‘반전 그림’을 그렸다. 우크라이나 가족에게 날아가는 러시아 미사일을 그리고, ‘전쟁 반대’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이를 본 교사는 바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부녀를 차례로 조사한 뒤 모스칼료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당국은 모스칼료프의 SNS를 살펴보던 중 모스칼료프가 러시아 정부와 군대를 각각 “테러리스트”, “강간범들”이라고 언급한 게시글을 발견했고,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자국 군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군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는 수많은 정치인과 활동가가 가택연금이나 사법처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인권단체들은 당국의 처분을 비판하며 가족의 재결합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에 들어갔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모스칼료프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는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당국에 비판적인 이들의 시민사회 활동을 비자발적으로 중단시키고 사회 전체를 겁주려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모스칼료프 측 변호사는 이날 오전 아동보호소에 있는 마리야를 찾아가 아이가 그린 그림을 들고 나왔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 그림에는 “아빠.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이 변호사는 마리야에게 다른 가족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고아원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가디언에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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