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신들린 연기에, LED 무대에 홀릭…연극 '파우스트'

인간의 욕망 놓고 악마-신의 내기

박해수·유인촌 등 열연 '시선 압도'

LED 배경 효과로 몰입감 극대화

연극 '파우스트' 공연 사진. 사진 제공=샘컴퍼니




무대의 한 쪽에서는 거대한 성모 마리아상이 자애롭게 눈을 감고 있다. 그는 한 인간이 거치는 선택의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신은 말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노라고.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3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는 개막 첫 주 95%의 객석 점유율을 달성해 관객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배우 유인촌·박해수·박은석·원진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연극 ‘파우스트’의 줄거리는 원작의 1부까지를 반영한 내용이다. 악마 ‘메피스토’가 신과 내기를 통해 인간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기로 하고, 그를 유혹한 뒤 계약을 맺어 젊어지게 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쾌락을 좇아 젊어진 파우스트는 순수한 여인 ‘그레첸’을 만나 첫 눈에 반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연극 '파우스트' 공연 사진. 사진 제공=샘컴퍼니




연극은 괴테가 살던 근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천사와 메피스토, 신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가 그렇다. 천사들은 날개를 다는 대신 투명 플라스틱 옷을 입고 있어 미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신의 목소리는 스피커로 웅장하게 뻗어 나오지만, 파동 대신 그 깊이를 표현하는 건 힘 있는 안무다. 2막에서 등장하는 그레첸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다. 여느 놀이공원 같은 공간도 등장해 메피스토와 파우스트의 나들이에 끼어든다. 시대를 종잡을 수 없지만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품들로 구성돼 있다. ‘파우스트’의 양정웅 연출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전은 시대·공간·문화 언어를 뛰어넘어서 인간의 보편성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 부분과 상통한다.

극 중 1·2막에 거쳐 총 26번의 영상 전환이 이루어지는 LED 배경은 ‘파우스트’의 참신한 시각 효과가 빛을 발하는 구간이다.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입체적인 배경을 구현했다. 그레첸의 방에서는 무대 뒤편 공간에서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어 LED 배경에 비친다. 배경과 무대는 관객에게 동시에 포착되지만, 둘 사이에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진다.

연극 '파우스트' 공연 사진. 사진 제공=샘컴퍼니


배우들의 열연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극 중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는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한 박해수가 눈에 띈다. 거만하면서도 비굴하고, 가끔은 능청스러운 연기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충족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우스트를 향한 이중적 태도가 아슬아슬한 선을 달린다. 박은석이 연기하는 젊은 파우스트의 말투와 발성은 나이 든 파우스트를 연기한 유인촌을 그대로 옮겨온 듯해 재미를 더한다.

다만 그레첸을 둘러싼 일련의 파국은 압축된 설명으로 인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2시간 40여 분에 달하는 긴 상연 시간과 장황한 문어체로 이어지는 파우스트의 대사들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파우스트의 말이 명료해질수록 인물들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아름답게 끝나야 할 파우스트의 순간은 결국 그에게로 다가올까. 오는 29일까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