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 10여건을 단순 물적 피해 사고인 것처럼 수사 기록을 조작한 경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공전자기록등위작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서귀포경찰서 소속 A 경장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 경장은 서귀포서 교통조사팀에 근무하던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1월간 관내 교통사고 가운데 인적 피해가 발생한 사고 14건을 단순 물적 피해 사고로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A 경장은 물적 피해만 있는 것으로 수사보고서를 조작했다.
당시 A 경장은 교통사고 조사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수사보고서 피해 사항에 '인적 피해 없음'이라고 작성했다. 사고처리 내용에도 '인적 피해 사실이 없어 단순 물적 피해 교통사고로 종결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허위로 기재했다.
제주경찰청은 이러한 사실을 내부적으로 파악해 감찰에 착수하고 A 경장을 직위 해제했다.
조사 결과 A 경장은 업무 처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수사 기록을 조작했으며, 교통사고 피의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 경장이 조작한 수사기록 가운데 3건은 피의자가 무보험이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사례 등이었다.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뻔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직무에 관해 거짓으로 보고나 통보해서는 안 되고 직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범행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으로 죄질이 굉장히 불량하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길 바라며 관대한 처벌을 바라지만,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행사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규정된 중대한 범죄"라며 "1심 형량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사정을 모두 참작, 양형에 반영할만한 사정이 없다"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A 경장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퇴직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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