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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마주보지 않는 눈…SNS 속 대화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어크로스 펴냄

출퇴근 지옥 벗어나게 한 홈오피스

언제든 골라 먹을수 있는 배달앱

'편리함' 무기로 일상 바꿔놨지만

카톡 등선 깊이없는 얘기만 넘쳐

디지털이 약속한 미래 장밋빛 아냐

화면 벗어나 진짜 사람과 소통할때







사진 제공=어크로스


챗GPT의 시대가 왔다. 지난해 말 세상에 한 층 ‘업그레이드’된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세계는 기대에 사로잡혔다. 인간이 수백 년간 상상으로만 그리던 미래가 코로나19라는 재앙으로 순식간에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공포도 크다. 챗GPT가 없애버릴 직업 목록만 수백 가지다. 직업이 없어지면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을 것이다. 회사, 학교, 쇼핑공간, 공연, 전시, 그리고 일상의 대화를 디지털은 송두리째 바꿀 것이며, 그 중 대부분은 우리가 꿈꾸던 장밋빛 미래가 아닐 수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으로 이미 디지털의 미래 이면을 다룬 바 있는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신간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한다. 디지털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이 우리에게 약속한 미래도 장밋빛은 아니다.

그토록 많은 월급쟁이가 꿈꾸던 ‘홈오피스’를 보자. 2021년 미국정신의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근로자 대다수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당연한 일이다. 집에서 이메일 알림음을 계속 들어야 하고, 화상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홈오피스 시대에는 ‘홈과 오피스’가 완전히 결합돼 일과 개인의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 홈오피스는 개인을 피폐하게 할 뿐 아니라 생산성에도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디지털은 학교 현장에서 더욱 공허하다. 학교는 단지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다. 초등학교는 동네의 운동장이자 공원이고, 대학 캠퍼스는 세계에 영향을 미칠 연구의 산실이다. 학교는 교육적 역할을 넘어 공동체에 기여한다. 비대면 수업에서는 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진다.

현재 온전히 디지털에게 장악 당했다고 여겨지는 쇼핑은 ‘아마존은 가장 싸게 팔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비대면’이 상업 영역에서 무기력할 뿐 아니라 해롭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 3년 여간 소비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포로가 됐다. 배달 앱은 철저하게 오프라인의 모든 공간 사업을 파괴했다. 앱 속에 들어가 배달되지 못하면 모두 의미없는 사업이 되었다. 이렇게 구경제를 모두 파괴하고도 배달앱은 살아남지 못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배달앱은 수익 창출에 실패했다. 과연 이 비대면 쇼핑은 누구를 이롭게 하는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인류에게 가장 큰 손실은 ‘대화’다. 디지털은 우리에게 SNS를 통한 ‘진짜’ 대화를 약속했다. SNS는 온라인 자아의 복잡성에 깊이를 더해 사람들의 소통을 가져올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기억에 남지 않는 ‘파편’과 같은 대화만 생산했을 뿐이다.

세상을 뒤엎을 것 같던 ‘메타버스’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메타버스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미래라고 믿으려면 사실은 아주 순진무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깨달았다. 메타버스 속 세상은 결코 현실을 대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챗GPT가 메타버스의 자리를 꿰찼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해 본다. 챗GPT는 의사, 변호사, 연예인, 화가, 작가, 회사원 등 수많은 직업을 없앨 수 있을까. 인간은 결코 쉽게 그 모든 자리를 챗GPT에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챗GPT가 약속한 미래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와 다르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테니까.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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