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계에 또 하나의 샛별이 탄생했다. 2000년생 바리톤 김태한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다.
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김태한은 성악 부문 1위의 쾌거를 올렸다. 이번 콩쿠르는 전 세계 18세에서 33세 이하의 412명이 참가했으며 한국인 18명을 포함한 68명의 성악가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기권 13명을 제외한 55명이 본선에 참가해 지난달 21일부터 준결선을, 이달 1일부터 결선을 진행했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벨기에의 음악가 베르나르 포크룰이 위촉됐고 소프라노 조수미 등 17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김태한은 결선 무대에서 알랭 알티놀뤼가 지휘한 라 모네 교향악단과 함께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4곡을 선보였다. 그는 베르디의 곡을 이탈리아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불렀다. 이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 전략이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1988년 이후 아시아 출신의 남성 음악가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대회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였던 김태한은 1위 상금 2만 5000유로를 받게 된다.
김태한은 “음악에 잠겨 살았던 것 같다”며 “세계 각국을 돌며 노래하는 오페라 슈퍼스타가 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음정·박자뿐 아니라 시와 시인에 대해 공부하는 등 곡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공부를 했다”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태한은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와 리카르도 찬도나이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노이에 슈티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브라이언 디키 젊은 음악가 특별상을 받은 재원이다. 나건용 교수 사사로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올해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국립오페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이번 콩쿠르 우승을 통해 병역 의무도 면제받게 됐다. 김태한은 “조연·단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려고 한다”며 “바리톤에게는 꿈 같은 역할인 조아치노 안토니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K클래식 신성들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첼로 부문 콩쿠르에서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우승해 한국은 2년 연속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를 배출하게 됐다. 2011년에는 소프라노 홍혜란이, 2014년에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2015년에는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결선에 오른 베이스 정인호는 5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바리톤 다니엘 권이 결선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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