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훌륭한 관객이 있는 축복 받은 나라입니다. 견고한 음악 문화와 교육을 펼쳐 좋은 음악가들이 배출되는 나라이고요.”
19일 지휘자 라하브 샤니(34)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찾는다. 젊은 지휘자로 촉망받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이는 데 이어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 ‘비창’을 관객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샤니는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후로 이스라엘 부흐만-메타 음악학교를 다니는 등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4세인 2013년부터다. 그는 밤베르크에서 열린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며 지휘자로 변신했다. 샤니는 2018년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로 상임 지휘자를 맡게 됐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을 거친 수석 지휘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야닉 네제-세갱샤니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2018년에는 주빈 메타에 이어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최근 서울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샤니는 지휘자의 길을 선택한 데 대해 “피아니스트로 음악적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블 베이스도 배웠다. 이것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지휘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던 이유”라면서 “제 아버지가 지휘자라는 사실도 지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니는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피아노 공부를 그만둘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만류에 생각을 바꿨다. 그는 “피아노가 지휘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휘자 라하브와 피아니스트 라하브는 기본적으로 같은 음악가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샤니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은 2016년 샤니와 로테르담 필하모닉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던 곡이기도 하다. 그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이 저를 새로운 상임 지휘자로 임명한 이유는 단순히 젊기 때문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에너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계에 밀어붙이는 감각, 그리고 음악에 대한 관점이 같다는 점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번 교향곡을 7년 만에 다시 연주하는 데 대해서는 “이 교향곡은 저와 로테르담 필하모닉과의 관계에서 무한한 에너지와 영감을 상징하는 곡”이라면서 “이 곡만큼 저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음악을 하며 발견한 마법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협연하는 김봄소리를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샤니는 “아직 봄소리와 함께 연주해본 적이 없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협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협연을 앞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언급하며 “한국은 좋은 음악가들이 배출되는 나라”라고도 덧붙였다.
앞으로 샤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오페라 연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오페라 ‘살로메’ 연주를 계획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앙리 뒤티외의 교향곡 2번 ‘이중(Le Double)’도 생각 중인데 고려하는 작품 목록은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전했다. 영감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악보, 연주자들,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관객들. 이렇게 만들어지는 황금 삼각형이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라면서 음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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