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은 정유정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의 살해 동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점이 많은 데다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폐의 특성이 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의 범행 동기를 비롯한 사건의 모든 것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은 구속 기한 만료일인 오는 21일까지 정유정에 대한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검 강력범죄전담부는 3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을 투입해 정유정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심리분석 규정에 따르면 심리분석관이 진행하는 '통합심리분석'은 심리생리검사, 뇌파검사, 행동분석, 임상심리평가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살인범' 잡아내는 “통합심리분석”으로 거짓말 잡아낸다
심리생리검사는 심리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호흡, 맥박 등 자율신경 반응을 거짓말탐지기로 측정하는 검사다. 피의자 진술의 진위를 검사하는 것으로 100% 직접 증거로 인정되진 않지만, 96%의 정확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파검사는 뇌파 변화를 측정하는 심리분석 기법이다. 피의자에게 범죄와 관련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고 주로 범행 도구나 시신 유기 장소를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행동분석은 심리적 동요에 따른 정서 변화에 의한 비언어적 행동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범죄와 관련한 질의응답에서 피의자의 미세한 표정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임상심리평가는 범죄자의 심리 상태, 재범 위험성 수준 등을 평가해 반사회성,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는 기법이다.
4가지 기법 중 심리분석 의뢰 목적에 따라 2개 이상의 기법을 적용하고 최종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대검 통합심리분석은 강력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사용된다.
지난해 40대 남성 고 모 씨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광명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고 씨가 다중인격장애를 주장했지만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거짓말임을 증명했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이기영도 통합심리분석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확인된 만큼, 정유정도 대검 심리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판단 여부에 대한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 자폐증?…"아직 단정은 일러"
현재까지 정유정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살인해 보고 싶었다"는 진술 외에는 명확한 범행 동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유정의 범행이 '은둔형 외톨이 범죄' 또는 '사이코패스 범죄', '신분 탈취 목적의 범행'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다.
보통 검찰 수사 단계에서 대검 심리분석관이 투입되는 사례도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정유정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정은 처음에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거짓말했고, 이러한 주장이 먹히지 않자 피해자와 말다툼 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정유정은 범행 3달 전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시신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해 계획 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강력범죄에 대한 내용이 담긴 사건사고 기사도 참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사이코패스(PCL-R) 검사에서도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받은 27점보다 약간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범행 이후 허술함을 드러내 결국 택시기사의 신고로 붙잡힌 모습은 사이코패스 범행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교 졸업 후 정유정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정유정에게 범행 석달 전부터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고교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을 갈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졸업 후 5년간 가정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늦은 사회 진출에 돈을 벌지 못한다는 압박감 등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로 연락할 때는 정상이지만, 사람과 대면할 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교실에서 커튼을 쳐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성장애의 유형 중 하나)도 의심된다"며 "아스퍼거를 직접적인 범죄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유정은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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