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간 핵협의그룹(CNG) 출범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 등에 반발하며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 장병의 월북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이 ‘대화의 키’를 쥐고 있지만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미의 대북 정책 기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한미 동맹이 북한의 도발에 강경 노선을 고수할지, 대화 모드로 전환할지 등 한반도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18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다”며 “현재 미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돌발 상황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가 급진전을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과거에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송환을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19일 SBS 라디오에서 “(미국이) 해당 병사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놓고 송환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경우 북한이 이번 사태를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된 점, 이번 월북이 자의로 이뤄졌다는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브래드 셔먼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개인 한 명이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 정권에 힘을 실어주거나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전체의 안보를 우려했다.
결국 북미 간 대화 성사나 한미의 대북 정책 변화 여부는 북한의 대화 복귀 의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성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인도주의적 입장과 함께 이번 사건을 대화 복귀를 위한 접촉점으로 삼으려 한다면 (대북 정책 변화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위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는 대화라면 응할 수 있다는 북한의 기본 입장이 바뀔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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