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니 TV가 전 세계에서 일등을 달릴 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삼성은 아직 세계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지 못했던 시기다. 1993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품질 경영’을 주창했다. 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전제품 매장에서 소니, 필립스 등 일류 제품에 밀려 매장 구석 자리에 놓여 있던 삼성 전자제품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이었던 일본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언젠가 뛰어넘어야 하는 잠재적인 경쟁자였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 오사카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신경영 계획에 착수한다. 모든 것을 다 바꾸라는 그의 메시지에 감복한 한 샐러리맨이 있었다. 저자인 이승현 인팩코리아 대표는 당시 일본 주재원으로 활동하며 삼성 TV를 세계 정상에 올리기 위한 여정에 뛰어들었다.
그 시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전자상거래는 삼성의 추격을 돕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 새로운 디바이스였던 ‘다기능 LCD 모니터’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체계 속에서 홈페이지를 개발하거나 일본 시장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저자는 미국 맥켄나, 아키하바라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 등 다양한 거래처와 만나면서 기존 계획대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한다. 2000년 3월 29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다수의 언론이 참석한 전자상거래 사이트 개막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행사는 히트작 ‘쉬리(1999)’의 예고편을 TV로 상영하며 선명한 화질을 보여줬다. 대중의 머릿속에 자연히 품질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판매된 삼성의 LCD는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몰고 왔고 마침내 세계 1위로 거듭난다.
책은 일본과 뗄 놓을 수 없는 저자의 경험을 풀어놓기도 한다. 오사카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5년, 관서 대지진의 한복판에서 공포를 느꼈던 것. 충격적인 일을 겪기도 했지만, 일본인과 다양하게 소통하면서 성공의 원칙을 쌓기도 했다.
저자는 비즈니스로 소니를 이길 수 있던 비결에 대해 “거짓을 하지 말 것,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몫을 인정할 것, 역사·스포츠·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그 밖에도 삶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샐러리맨의 애환을 접할 수 있다. 어룡도에서 출생해 스마트폰 등 초소형 부품을 판매하는 인팩코리아의 경영인이 되기까지 역동적이었던 그의 일생이 담겨 있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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