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 가격과 인건비 인상의 여파로 공사비도 줄곧 상승하는 가운데 부동산경기도 얼어 붙으면서 건설사의 정비사업 외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권역의 재건축 사업지도 시공자를 찾는데 실패한데다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는 사업지도 나타나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최소 14건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개찰을 진행한 서울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시공사들의 미응찰로 결국 유찰됐다.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지하 5층~지상 28층, 2개동, 21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잠원역 역세권인데다 강남 주요 입지라는 점 등이 눈길을 끌었고, 이에 지난달 열린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8곳이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이번에 진행된 입찰은 모든 건설사의 외면을 받았다.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반포라는 상징성을 지닌데다 공사비도 나쁘지 않아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입찰을 포기했다”며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더 확실한 사업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 외에도 이달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곳은 많다. 한성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서울 구로구) 외에도 △중화우성타운 재건축정비사업(서울 중랑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서울 송파구) △시흥5동1구역 919번지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경기 시흥) △심곡동 무지개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경기 부천) △괴정3 가로주택정비사업(부산 사하) 등이 이달 시공자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 중 일부는 두 차례 진행된 입찰이 모두 유찰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이달 16일 진행된 중화우성타운 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입찰은 현장설명회 참여 업체 수의 부족으로 유찰됐다. 이는 서울 중랑구 중화동 일대에 223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현재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를 맡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8일 1차 입찰을 진행한 데 이어 16일 2차 입찰을 받았으나 모두 유찰됐다. 경기 시흥시 거모동 아주 1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도 현장설명회 참여업체 부족으로 지난달 28일 1차 입찰이 유찰된 데 이어 이달 15일 진행된 2차 입찰도 유찰됐다. 부산 괴정3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천안 영성동 11-9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모두 2차까지 입찰을 진행했으나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1·2차 입찰에 실패한 일부 정비사업지는 3차 입찰공고까지 내며 시공사 찾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한성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진행된 1~2차 시공자 선정 입찰이 모두 참여업체 부족으로 유찰되자, 지난달 30일 3차 입찰공고를 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경쟁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 2회 이상 유찰된 현장의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계속 공고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에서부터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인상 등이 물려있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건설사가 쉽사리 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주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인식”이라며 “사업성이 확실히 보장되거나 상징성이 있는 지역만 보고 있는 만큼 규모가 작은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은 시공사를 찾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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