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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할머니·심방골주부·영원씨…유튜브로 '할며드네'

괴테할머니TV 전영애 교수

할머니 유튜브로 젊은층과 소통

심방골주부, 영원씨 채널도 인기

어른들의 매력에 빠진 어린 구독자들

/'괴테할머니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달 유튜브 알고리즘 사이에 낯선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희끗한 은발의 할머니가 신발을 고쳐 신고 막 달려나가는 듯한 역동적인 움직임의 이미지 한 장이었다. 자막 하나 없는 썸네일이지만 화려한 자막과 디자인으로 시선을 빼앗고자 애쓰는 썸네일들 사이에 더 또렷하게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제목은 ‘할머니 스프린터의 하루’. 흥미가 생겼다. 유튜브 채널명은 ‘괴테할머니tv’.

한동안 애정하던 유튜브 채널인 밀라논나가 영상 업로드를 중단한 후 할며들(할머니+스며들다) 일이 좀처럼 없었다. 할머니가 운동을 하는 내용일까. 궁금하던 차에 영상을 통해 그의 일상을 따라가봤다. 알고보니 그가 한 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한 뒤 청중들과 소통하는 모습들이었다.

괴테할머니의 본캐는 저명한 괴테 연구 권위자인 전영애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 그 중에서도 지난 여름 그가 진행한 독일 괴테 여행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는 잔잔한 목소리에 마음이 끌리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이후 연달에 보게 된 영상 속 그는 “시간이 나의 재산이고 나의 경작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73세의 그가 매일 공부하고 시간을 아껴 쓰며 경기도 여주에 여백이라는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일반 시민들과 문학의 매력을 나누는 모습은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었다. 전 교수 역시 기존에는 책과 강연을 통해 젊은 층과 소통했다면 유튜브를 통해 접점이 대폭 늘었다.

/심방골주부 채널 갈무리


괴테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어른들이 책을 넘어 유튜브로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집밥 레시피를 공유하는 심방골주부 채널은 구독자수가 70만명에 달한다. 가마솥에 밥을 짓고 뜨끈한 김이 나는 반죽을 맨 손으로 만지는 주름진 손이 등장하는 것과 시골 장독대 풍경이 나오는 게 전부지만 조미료 없는 담백한 맛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게 인기 비결이다. 커다란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넣은 돼지고기 김치찌개 레시피는 누적 조회수가 378만회에 달한다. 이어 김장 김치 담그는 법이 371만회로 뒤를 이었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먹방 유튜버 중에는 83세 할머니가 새롭게 신고식을 했다. 구독자 35만명의 영원씨TV의 지구젤리 먹방은 누적 조회수가 1233만회에 달한다. 고령에도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오물오물 젤리를 먹는 모습과 알 수 없는 표정이 영상에 빠져들게 하는 큰 요소다.





젊은 층이 할며드는 이유에는 뻔한 말인 삶으로 증명하는 연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작용한다. 어른들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배우고 싶은 것이다.

출판계에서 노년 에세이가 인기를 끌면서 독자층이 어려지고 있다. 지난해 에세이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저자들 중 노년 작가의 비중이 높았다. 배우 김혜자(83)씨가 60년 간의 연기 인생을 회고한 자전 에세이 ‘생에 감사해’는 예스24가 집계한 지난해 에세이 베스트셀러 부문에서 전체 3위에 올랐다. 1, 2위는 전국민적인 인기를 끈 아기 판다 푸바오를 다룬 에세이로 집계됐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61) 감독이 2021년 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도 출간 3년차에 8위에 올랐다.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커지면서 역주행을 한 사례다.

김혜자 배우와 손웅정 감독의 에세이를 펴낸 황은희 수오서재 대표는 “삶으로 증명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한 책들이라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며 “‘이렇게 가르치겠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전하는 메시지의 힘이 크다”고 짚었다. 또 그는 독자들이 어려지는 이유를 두고 “진짜 어른들을 찾고 싶어하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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