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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양화처럼…국악이 흐르는 '백조의 향연'

유니버설발레단 '코리아 이모션 情'

강미선 무용수, 여인의 그리움 열연

발레스타 임선우 등 남성미 뽐내

미리내길. 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남성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를 번쩍 들어 올려 회전하자 파란색 그라데이션을 넣은 무용수의 치마가 활짝 펼쳐진다. 장구, 피리 소리 등 국악 크로스오버 선율과 임을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가사가 가미되면서 무대는 어느새 한 폭의 동양화로 바뀐다. 지난해 수석 무용수 강미선에게 발레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안겼던 ‘미리내길’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코리아 이모션 정(情)’이 올해 공연의 첫 포문을 열며 무대에 올랐다. 코리아 이모션 정은 미리내길 등 한국인의 정(情)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2021년 초연돼 ‘동해 랩소디', ‘찬비가’, ‘달빛 유희’, ‘다솜 Ⅰ·Ⅱ’ 등 5개의 새로운 작품들이 추가됐다.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퓨전 국악에 맞춰 한국적인 발레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바로 미리내길이 대표적이다. 미리내길은 드라마 OST 대가 지평권의 국악 크로스오버 곡에 맞춰 남녀 2인 무용수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애절함을 한국 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당시 강미선 무용수는 아내의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른 강미선의 미리내길은 여전히 애절함이 가득했다. 떠나간 임을 그리는 듯 팔은 허공을 가르기도 하고 높이 뛰어오르는 리프트 동작, 활처럼 상체를 뒤로 구부리는 동작 등을 통해 점점 커지는 슬픔이 표현됐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작의 감동에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동해랩소디. 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미리내길이 여성 무용수의 애절함을 표현했다면 ‘찬비가’ 공연에서는 남성 무용수 4명이 화려하게 표현한 정(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조선 중기의 문신 임제가 쓴 시조 ‘한우가’를 소재로 만든 곡에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는 춤을 입혔다. 남성 무용수들은 음악에 맞춰 흰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회전하고 높이 뛰어오른다. 발레 동작에 부채를 폈다가 접는 동작 등 남성미와 아름다운 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발레계 조성진’으로 불리는 드미 솔리스트 임선우가 부상에서 회복해 참여한 점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 ‘달빛 유희’에서는 가야금, 아쟁 선율에 따라 여성 무용수 넷이 춤을 춘다. 이 작품에서는 코리아 이모션 정(情)을 끝으로 은퇴하는 수석 무용수 손유희가 참여했다.

공연의 러닝타임은 75분으로 일반 발레 공연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는 내내 국악과 발레의 조합이 주는 색다른 재미를 엿볼 수 있다. 공연 시작에 앞서 해설을 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인간의 가장 복합적인 감정인 정을 한국전통무용, 발레로 풀었다”며 “한국 전통무용과 발레의 상반된 특징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는 게 이 공연의 재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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