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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 별세…인간 이해의 새로운 지평 열어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최초의 비경제학자

휴리스틱과 편향 이론으로 인간 심리 통찰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기본 개념 흔들어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2002년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 AP연합뉴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7일(현지 시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인간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고전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 개념적 통찰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일한 비경제학자이다. 2011년 출간된 그의 저서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은 국내에도 출간돼 지식인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장기간 사랑받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인 카너먼 교수는 1934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유년을 보냈다. 20대인 1958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0년대 초 예루살렘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심리학적 연구방법을 경제학에 접목해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비경제학자로서는 최초의 수상이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경제학의 기본 전제였던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인)’에 대한 개념을 크게 흔들었다. 인간이 이익과 손실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 많은 경제 모델들이 다시 그려져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같은 그의 연구는 새로운 경제학 분야인 ‘행동경제학’의 토대가 됐다. 행동경제학의 이론과 실천을 담은 ‘넛지’의 저자이자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카너먼에 대해 “지구가 둥글다고 발견해 탐험가들을 출발하게 한 사람과 비슷하다”며 그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탈러 교수는 카너먼의 부고가 전해진 이날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대니 카너먼의 절친한 친구이자 공동 작업자로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었다”며 “우리는 보통 ‘다음에 계속하자’로 대화를 끝내곤 했는데 이제는 불가능한 그의 역할을 흉내 내야 하게 됐다”고 썼다.



버락 오마바 미국 전 대통령이 2013년 11월 20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대니얼 카너먼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심리학자로 훈련받은 카너먼의 주특기는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편향과 오류에 관한 연구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논픽션 ‘빅 쇼트’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를 카너먼을 가리켜 “매우 뛰어나고 독창적인 인간 오류 감별사(connoisseur)”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발표한 주요 이론으로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하는 전망이론이 있다. 전망이론은 카너먼이 1970년대 초부터 협업한 동료 심리학자 에이머스 트버스키와 1979년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이론은 주식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는 ‘손실회피 편향’ 등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욱 날카롭게 반응하기에 본능적으로 손실을 피한다는 것이다. 또 이른바 ‘대충 찍는 습관’을 의미하는 휴리스틱도 그가 제시한 이론이다.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 때 생각보다 대충 결론을 낸다. 예컨대 대표성 휴리스틱은 무언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진 것을 그냥 선택하는 행위를 뜻한다. 코카콜라가 업계 부동의 1위를 장기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의 사례다.

다만 카너먼은 자신의 연구가 인간의 비합리성을 증명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는 편향에 대해 그저 “현실에 대한 비현실적인 개념”을 반박하는 것 정도로 이해해주기를 바랐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인간이 가진 수많은 편향 가운데 ‘낙관주의 편향(자신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일이 항상 유리하게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편향일 수 있다는 말도 남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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