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패권 전쟁이 분초를 다투는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 지원에 수십조 원씩 보조금을 뿌리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 분쟁도 불사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시장 자율을 중시하던 미국, 유럽연합(EU)조차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을 부활시켰다. 글로벌 경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첨단 미래 핵심 분야는 승자 독식 구조다. 한번 뒤처지면 국가 경쟁력은 순식간에 추락하고 안보마저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포럼 2024’의 주제를 ‘기술패권 시대 생존 전략’으로 잡은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다.
28~29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서울포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과학기술인·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캘리포니아공대 석좌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한국은 반도체·패키징·전자기기 분야의 글로벌 리더”라며 “첨단산업 전략을 짜면 AI 분야에서도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도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초 공학이 탄탄하다”며 “제조업과 AI 기술을 접목하는 분야에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한국이 선진국을 후발 추격하는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초격차 기술을 선도하려면 파격적인 연구개발(R&D) 지원, 교육 개혁을 통한 창의적인 인재 양성 등이 필수라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포럼 축사에서 첨단 로봇 등 12대 국가 전략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 갈 성장 동력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다. 정부가 이달 23일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보조금 지급 등이 빠져 해외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첨단기술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산학연정(産學硏政) 모두 위기감을 갖고 ‘원팀’으로 총력전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전폭적인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혁파, 교육 개혁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재벌 특혜’ 프레임을 벗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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