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데뷔해 6년 차가 된 이가영(25·NH투자증권)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매 시즌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컷 탈락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선수다.
하지만 꾸준함의 뒤에는 ‘한 방’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투어 98번째 출전이던 2022년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로도 승수를 추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번번이 놓쳐왔기 때문이다.
이가영이 이 같은 평가를 스스로 뒤집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KLPGA 투어 롯데오픈(총상금 12억 원)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올라 통산 두 번째 우승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가영은 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이틀 합계 13언더파 131타를 적어낸 그는 3타 차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10번 홀에서 출발한 이가영은 전반부터 버디 사냥을 펼치며 기세를 올렸다. 순간 최대 초속 5m가 넘는 바람이 코스에 불어 닥쳤지만 이가영은 흔들리지 않는 샷으로 착실히 타수를 줄여나갔다. 10~12번 홀 3연속을 포함해 14번 홀(파5)까지 첫 5개 홀에서 4개의 버디를 낚아 순식간에 4타를 줄였다. 특히 14번 홀 14m 남짓한 거리에서 성공시킨 버디 퍼트는 물오른 그린 플레이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후반에도 이가영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번 홀(파5)에서 후반 첫 버디를 기록한 그는 5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태 2위와 격차를 벌렸다. 마지막 9번 홀(파4) 두 번째 샷을 홀 1.2m에 붙여 1타를 더 줄이면서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이가영은 “얼마 전 손가락 골절이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계속 대회에 나갔다. 쉴 생각도 있었지만 다친 손가락을 펴고 스윙하다 보니 오히려 힘을 빼서 그런지 성적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사막 여우’ 임희정(24·두산건설)은 이틀째 안정된 경기를 펼치며 9언더파 공동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올 들어 극도로 부진하다 지난주 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올라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임희정은 2022년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이 계속돼 이번 시즌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체중 증가로 교과서 같던 스윙이 무너졌고 이에 따라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마음고생도 겪었다. 임희정은 “시간을 두고 회복에 전념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통산 1승의 홍정민이 10언더파로 최민경·유현조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4승째이자 3주 연속 우승을 노리는 상금·대상 포인트 선두 박현경은 7언더파 공동 11위다. 첫날 공동 선두 윤이나는 2타를 잃어 6언더파를 기록했다. 전날 이븐파로 부진했던 김효주는 4타를 줄여 20위권으로 점프했다. KLPGA 투어 최다승 타이 기록(20승)에 도전한 박민지는 1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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