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love you. We love you.”
수조 속 벨루가(흰고래)를 향해 관광객 여럿이 손을 뻗으며 이같이 외치자, 벨루가 한 마리가 입을 벌리며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수조를 두드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벨루가는 사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동물단체 주장이 나왔다.
9일 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남은 유일한 벨루가 ‘벨라’가 부적합한 환경에서 서식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아쿠아리움에 방문해 촬영한 벨라 영상을 공개하며 “단체 관광객이 ‘We love you’라고 외치며 수조를 두드리고, 어린이가 손을 흔들자 ‘벨라’가 입을 뻐끔거리며 물려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고 ‘끼익끼익’ 소리를 냈다”며 “좁은 수조에 갇힌 벨라는 매우 화가난 듯 보였다”고 했다.
이어 “벨라의 몸통과 꼬리에는 긁힌 상처가 관찰됐고 수질도 안 좋아 보였다”며 “매일매일 사람들의 볼거리가 되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모든 해양생물은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롯데 측은 마지막 생존 벨루가인 벨라를 2019년에 자연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류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벨라의 자연방류 약속을 2026년으로 미루며 무책임한 태도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북극 바다가 고향인 벨루가 벨라가 죽기 전에 넓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외쳐 달라”고 촉구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2014년 10월 개장 때부터 벨루가 세 마리가 살고 있었다. 벨로와 벨리, 벨라였다. 그러나 벨로는 2016년 4월 패혈증으로 죽었으며, 같은 병으로 벨리도 2019년 10월 생을 마감했다. 홀로 남은 벨라의 수족관 옆에는 ‘벨루가가 아이슬란드 바다 생크추어리에 간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언제 바다로 이송될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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