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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건기식 시장 망치는 '나쁜 광고'

한민구 바이오부 기자


‘키 크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거짓·과장 광고가 판친다는 기사를 보도한 뒤 독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을 아이의 부모라고 밝힌 독자는 “아이 키가 컸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괜히 잘못 산 건 아닐까 걱정된다”며 근심을 토로했다.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한 기능성 원료는 6개월간 섭취 시 비섭취군 대비 0.29㎝ 더 성장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능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비교군 없이 “몇 개월 만에 수 ㎝ 이상 자랐다”는 식의 과장 광고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후기나 체험담에 기대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라면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 해당 부모에게 기능성 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식품안전나라’와 의사 및 약사 등 전문가 상담을 권하며 통화를 마무리했지만 이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남았다.

키가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불안을 자극하는 키 성장 제품 광고는 끊이지 않는다. 일반 식품이나 영양제를 건강기능식품처럼 포장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이라도 인증받지 않은 기능성을 내세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체적용시험에서 보여준 ㎜ 차이는 지운 채 비교군 대비 수십 % 이상 성장했다고 홍보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식약처는 매년 200건 넘는 부당 광고를 적발하지만 ‘잠깐 팔고 사라지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진 일부 업체들까지 겹치며 근절은 요원하다.

10년 새 4배 가까이 성장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2년 6조 4000억 원을 정점으로 최근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해 지난해에는 6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일부 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 탓에 소비자 신뢰가 떨어져 시장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검증된 기능성을 바탕으로 한 정직한 경쟁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유통 질서를 바로잡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이 돼야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되고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다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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