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는 기업들에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협상 이후 미중 간 관세는 상당 폭 내려가며 일단 휴전에 들어갔죠. 하지만 미국이 고강도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향후 중국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반도체산업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금지
우선 미 상부무 내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산업보안국(BIS)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 ‘반도체 설계 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EDA)’ 업체들에 중국으로 기술을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지난 23일 발송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한 조치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는 불분명하지만 한 소식통은 중국 내 사업 금지를 의미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EDA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반도체 설계자와 제조사가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해 최신 제품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이들 3개사는 중국 EDA 시장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케이던스는 중국에서 2024 회계연도에 5억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이 회사 매출의 12%에 해당합니다. 시놉시스는 약 10억달러의 매출(전체 매출의 16%)을 기록했습니다. 이 여파로 이날 시놉시스 주가는 이날 9.6%, 케이던스는 10.7% 하락했습니다. 케이던스 주가 하락률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입니다.
美, 화웨이 견제 이어 또 조치…미중 관세 휴전에 불똥튈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 AI 반도체 개발에 계속해서 제한을 가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최신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에 제한을 가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기업들은 수출 통제 규정 내의 제품을 중국에 판매해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4월 엔비디아에 H20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시 당국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계속해서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생태계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FT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SW 수출 통제 정책으로 중국의 3대 EDA회사인 엠피리언테크놀로지, 프리마리우스, 세미트로닉스 등이 최근 몇년 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고 전했다.
미중 관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와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반도체를 쓰지 못하게 한 것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 측은 "미국의 행동이 제네바에서 열린 중미 고위급 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 13일 중국 화웨이 AI 반도체 어센드를 사용하는 국가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게 된다고 경고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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